돈만 내면 수준 미달의 논문도 실어주는 학술지를 약탈적 학술지, 또는 부실 학술지라고 한다. 이런 부실 학술지들 사이에서 ‘논문 인용 품앗이’를 통해 피인용 지수를 부풀리는 부정행위가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논문의 질과 상관없이 인용 빈도에 따라 임용과 연구비 심사가 이뤄지는 관행을 악용한 것이다.
포항공과대를 포함한 국내 연구팀이 1996∼2018년 국내외에서 발간되는 27만여 개 국제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 4850만여 건을 분석한 결과 2018년의 경우 같은 학술지 게재 논문들 간의 인용 비율이 일반 학술지는 1.9%인 데 비해 부실 학술지는 21.4%나 됐다. 같은 출판사 학술지의 인용으로 피인용 횟수를 1000배까지 뻥튀기한 학술지도 있었다. 특정 연구자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인용 품앗이는 부실 학술지가 일반 학술지의 4.4배였다. 연구팀은 학술지를 넘어 출판사 차원에서 연구자들 간 서로의 논문을 인용하도록 장려하는 행위가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약탈적 학술지는 논문 실적이 절실한 연구자와 출판사의 장삿속이 맞아떨어져 날로 증가하고 있다. 1996년 2000개에 못 미치던 약탈적 학술지가 2018년엔 11만 개를 넘어섰다. 같은 기간 전체 학술지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0.1%에서 3.7%로 늘었다. 일반 학술지는 논문 이용자에게 이용료를 받지만 약탈적 학술지는 연구자에게 게재료를 받는다. 논문 심사의 허들을 대폭 낮춰주는 것에 더해 피인용 지수 부풀리기까지 제안하며 수백만 원의 논문 게재료를 뜯어간다는 세간의 의혹이 실증 연구로 확인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