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이제는 OUT!]〈1〉코로나 시대의 흡연 전체 흡연율 줄었지만 흡연량 늘어… 일반-전자 병용땐 최대 2배로 급증 10년 동안 개선된 지표 뒷걸음질… 코로나 감염률 최대 7배까지 증가 면역력 약화로 중증 가능성 높아… 금연센터 이용자 절반 이하로 급감
애연가 김모 씨(42)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국내에 유입된 2020년 상반기(1∼6월)부터 궐련 대신 전자담배로 바꿨다. 20년 가까이 궐련을 피운 김 씨는 그동안 “전자담배는 맛이 없다”고 여겨 왔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마스크를 벗고 건물 밖에서 흡연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전자담배는 냄새와 연기가 적어 개인 사무실 안에서 흡연을 해도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이 없었다. 김 씨는 “별다른 제약 없이 사무실 안에서도 담배를 꺼내 물다 보니 흡연량이 코로나19 이전보다 두 배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흡연과 관련된 지표가 크게 엇갈리고 있다. 외부 활동에 제약이 생기면서 전체 흡연율은 소폭 떨어졌다. 하지만 흡연자 한 명이 피우는 담배의 양은 예전보다 많아졌고, 담배 판매량도 늘었다. 코로나19로 인해 금연 관련 국가사업이 위축되고, 금연 시도율도 낮아지는 등 담배에 대한 경각심이 줄어드는 실정이다.
○ 코로나19로 1인당 흡연량 다시 늘어
하지만 담배가 국민 건강에 미치는 나쁜 영향력은 더욱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흡연자 1인당 흡연량은 2011년 이후 10년 동안 지속적으로 감소해 왔지만 코로나19를 계기로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2011년 흡연자 1인당 하루 15.3개비에서 2019년 12.4개비까지 줄었지만 2020년 다시 13.5개비로 늘어난 것이다.
코로나19로 전자 및 액상담배 소비량이 늘어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일반 담배와 전자담배를 함께 피우는 사람이 늘면서 전체 흡연량이 증가했다. 전자담배만 사용하는 흡연자는 하루 평균 8.7개비를 피우지만, 일반 담배와 전자담배를 함께 사용하면 흡연량이 2배 가까운 17.1개비까지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임인택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국장은 “현재 담뱃잎으로 만든 연초만 담배사업법의 적용을 받고, 전자담배는 사실상 사각지대”라며 “전자담배도 법적 규제를 받을 수 있게 담배의 정의를 확장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전자담배 흡연자 10명 중 8명이 실내에서 ‘몰래 흡연’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홍준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팀이 영국 담배규제 저널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전자담배 사용자의 79.2%가 최근 한 달 사이 ‘몰래 흡연’을 했다고 응답했다.
○ 코로나19에 더욱 취약한 흡연자
흡연자 건강 상태는 코로나19 시대를 거치면서 악화되고 있다. 질병관리청과 국내외 생화학 학술 연구에 따르면 담배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수용체인 ‘ACE2’를 증가시킨다. 이 때문에 바이러스 수용체를 체내에 더 많이 축적하고 있는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코로나19에 걸릴 확률이 5배가량 높다. 특히 전자담배와 일반 담배를 모두 피우는 사람은 비흡연자에 비해 감염 가능성이 약 7배나 높다는 연구도 있다.
코로나19 감염 후 중증으로 진행될 가능성도 흡연자가 비흡연자에 비해 더 높다. 담배의 독성물질들이 심혈관과 폐의 면역 기능을 떨어뜨려 확진자의 예후를 나쁘게 만들 가능성이 높아진다.
중앙대병원 가정의학과 조수현 교수 팀에 따르면 전자담배와 일반 담배를 함께 사용하는 복합 흡연자는 궐련 사용자에 비해 체내 염증과 스트레스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니코틴 대사물질인 코티닌과 혈중 요산이 높아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크다.
김길용 국가금연지원센터 금연정책팀장은 “흡연이 코로나19의 감염과 중증 위험을 높이는 주요 위험인자로 밝혀졌지만 담배 회사들은 각종 판촉 및 광고를 교묘하게 확대해 왔다”며 “이 세상에 무해한 담배는 없고, 건강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 금연이라는 점을 알려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