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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 금융거래도 게임하듯 ‘톡톡’… 모임-데이트 통장, 모바일 앱으로

입력 | 2022-05-31 03:00:00

Z세대가 이끄는 금융 빅뱅 ‘자이낸스(Z세대+파이낸스)’
일반은행보다 핀테크 신뢰
금융 대표 플랫폼 5곳 고객
20대이하 비중 40% 육박




뉴스1

회사원 정지윤 씨(27)는 친구 12명과 함께하는 모임에서 3년째 총무를 맡고 있다. 매달 10일 회비 1만 원씩을 걷는 게 번거로웠지만 2년 전 카카오뱅크 ‘모임통장’을 쓰고부터는 부담이 없다. 누가 언제 회비를 누락했고, 모임에서 얼마를 썼는지 12명 모두 각자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실시간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2018년 말 선보인 카카오뱅크 모임통장은 올 4월 가입자 1000만 명을 넘어섰다. 3년 남짓한 기간에 초고속 성장한 것은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압도적 지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모임통장 가입자의 61.7%가 20, 30대다. 이들은 카카오톡으로 친구를 초대해 손쉽게 만드는 이 통장을 데이트통장, 해외여행 계획통장 등으로 쓴다. 모임통장 기능을 담은 우리은행 ‘우리U모임통장’, 하나은행 ‘모임통장’, 신한은행 ‘김총무’ 앱 등 시중은행 서비스가 줄줄이 자취를 감춘 것과 대조적이다.

모바일 플랫폼과 디지털에 익숙한 Z세대가 금융시장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20대인 Z세대는 아직 자산과 소득이 적지만 새로운 핀테크를 이용하는 것에 거침이 없는 데다 재테크에도 적극적이어서 미래 고객을 넘어 이미 금융의 주도권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4월 말 현재 인터넷전문은행(카카오뱅크), 간편결제(토스), 가상자산(업비트), 로보어드바이저(핀트), 세무대행(삼쩜삼) 등 각 분야 대표 플랫폼 5곳의 20대 이하 고객 비중은 37.9%로 집계됐다. 한 시중은행(20.8%)에 비해 훨씬 높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언스트앤영(EY)이 지난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Z세대의 절반 이상(51%)은 가장 신뢰하는 금융사로 핀테크를 꼽았다. 일반 은행을 택한 20대는 27%에 그쳤다.

금융권에서는 Z세대가 이끄는 금융 생태계인 ‘자이낸스(Zinance·Z세대+Finance)’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Z세대는 머잖아 경제 주축이 될 세대여서 이들을 잡는 데 뒤처지는 금융사는 주도권 싸움에서 밀려난다”며 “모바일의 편리함과 재미, 다양성에 익숙한 Z세대를 겨냥한 금융 혁신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어려운 세금환급-돈 관리 앱으로 척척… Z세대, 금융 판도 흔들다

[Z세대가 이끄는 금융 빅뱅 ‘자이낸스’]〈1〉달라지는 금융 플랫폼


자영업자 김모 씨(28·여)는 최근 세금 신고·환급 플랫폼 ‘삼쩜삼’에 가입해 50만 원가량을 돌려받게 됐다. 2년간 종합소득세 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아 환급받지 못한 세금을 삼쩜삼에서 찾아준 것이다. 김 씨는 “혼자 처리하자니 어렵고 세무대리인을 쓰자니 비용 부담이 커 그동안 손놓고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삼쩜삼 애플리케이션(앱)에선 몇 가지 개인정보만 입력하면 5분 만에 세금 환급액을 확인하고 신고까지 마칠 수 있다.

2020년 5월 나온 삼쩜삼은 김 씨와 같은 자영업자와 프리랜서 등에게 입소문이 나면서 2년 만에 가입자 1100만 명을 끌어모았다. 이 중 20대 이하가 46%나 된다. 어렵고 복잡한 세금 신고를 앱에서 손쉽게 하도록 만들었더니 ‘편리함’과 ‘직관’을 추구하는 Z세대가 몰린 것이다. 삼쩜삼의 인기에 위기감을 느낀 한국세무사회는 삼쩜삼 운영사를 세무사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상태다.

초고속 성장한 핀테크와 빅테크들은 모바일 생태계에 익숙한 Z세대를 주요 고객으로 붙잡은 것이 ‘성공 방정식’이라고 입을 모은다. 향후 Z세대가 경제 활동의 주류로 올라서면 ‘자이낸스(Zinance·Z세대+Finance)’를 선점한 금융사가 금융 산업을 장악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초고속 성장 공식…“Z세대 잡아라”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인터넷전문은행을 포함해 이용자가 많은 주요 금융 플랫폼 10곳의 의 가입자는 4월 말 현재 총 1억1421만 명(중복 포함)으로 집계됐다. 이 중 20대 이하 가입자가 34.1%로 가장 많고 이어 30대(26.7%), 40대(21.8%) 순이다.

출범 5주년을 앞둔 카카오뱅크 가입자는 1861만 명으로 1위 시중은행인 KB국민은행(3269만 명)의 절반을 뛰어넘었다. 20대 이하 고객도 33.5%에 이른다. 신생 핀테크 플랫폼들은 Z세대 비중이 더 높은 편이다. 삼쩜삼(46.0%)을 비롯해 2019년 4월 나온 인공지능(AI) 자산관리 플랫폼 ‘핀트’(49.4%) 등은 20대 이하 비중이 50%에 육박한다. 모두 기존의 번거로운 금융 절차를 간소화하거나 재밌고 쉽게 만든 플랫폼들이다.

회사원 이승규 씨(27)는 최근 대출 비교 플랫폼 ‘핀다’가 추천한 카카오뱅크에서 전세대출 1억 원을 받기로 했다. 기존엔 은행 지점을 방문하거나 은행 앱을 일일이 깔아야 대출 금리와 한도를 비교할 수 있었지만 핀다에선 금융 이력만 제공하면 한눈에 은행별 조건을 확인해 최적의 상품을 고를 수 있다.

지난해 게임회사에 입사한 김유라 씨(26)는 매일 오전 6시 반 기상 알람에 이어 7시 45분에 알람을 또 맞춰 놓는다. 토스뱅크 앱에 들어가 ‘이자받기’ 버튼을 누르기 위해서다. 목돈 4000만 원 가량을 넣어둔 김 씨는 이자받기 서비스를 통해 매일 2000원 정도를 받는 게 ‘소확행’이다. 3월 중순 나온 토스뱅크 이자받기는 현재 100만 명 넘게 가입했고 20대 이하가 29.1%로 가장 많다.

이령화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Z세대는 직관적으로 이해되고 재미있는 금융 서비스를 찾는다”며 “자신의 재무 상황에 맞는 맞춤형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개인정보를 적극적으로 제공하는 성향도 강하다”고 했다.

○ 20대 36% “금융 앱 편리성, 직관성 먼저 따져”

이는 동아일보가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 자문해 ‘20대 금융생활’을 설문조사한 결과에서도 확인된다. 20대의 86.9%는 스마트폰에 금융 앱을 깔고 사용했고 이 중 35.8%는 편리성과 직관성을 고려해 앱을 선택했다. 금융상품 혜택(13.1%)이나 기업 신뢰도(12.9%)를 따진다는 응답자는 이보다 적었다. 이번 설문은 SM C&C 설문 플랫폼 ‘틸리언프로’를 통해 만 20∼29세 1009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Z세대는 결제, 송금 시장의 변화도 이끌고 있다. 결제 때 체크카드(41.7%), 신용카드(19.5%)를 쓰는 20대가 여전히 많았지만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같은 선불충전금(17.4%)이나 후불결제(14.4%) 이용도 두드러졌다. 특히 ‘BNPL(Buy Now Pay Later)’이라는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떠오른 후불결제는 신용카드처럼 먼저 구매하고 나중에 돈을 내지만 일정 소득이 없어도 이용할 수 있어 Z세대에게 인기다. 대학원생 박모 씨(29)도 “신용카드 발급이 어려웠는데 지난해부터 후불결제를 쓰면서 일정 수준 외상이 가능해졌다. 삶의 질이 높아졌다”고 했다.

20대는 송금, 이체 때도 모바일·인터넷뱅킹(53.3%)에 이어 간편송금 앱(26.2%)을 많이 썼다. 러시아 현지에 친척을 둔 백모 씨(28)는 “은행보다 간편하고 수수료도 싸 예전부터 해외송금 앱을 쓰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러시아 금융 제재로 국내와 현지 은행 간 송금이 차단됐지만 앱을 통해 막힘없이 돈을 보낸다”고 했다.

최광해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대표는 “디지털 친화적이고 자신만의 경험과 실리를 중요시하는 Z세대로 인해 금융과 일상생활이 결합한 플랫폼과 시공간 제약이 없는 서비스가 가속화될 것”이라며 “전통 금융사도 이에 대응한 과감한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편리함과 재미를 앞세운 핀테크 서비스가 Z세대의 과도한 대출을 부추기고 장기적인 재무 계획을 세우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재미와 쉬움을 강조하는 핀테크 특성상 20, 30대들이 눈앞의 수익이나 단기 투자에 매몰되거나 대출을 쉽게 생각해 향후 신용관리 등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송혜미 기자 1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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