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가 이끄는 금융 빅뱅 ‘자이낸스’]〈1〉달라지는 금융 플랫폼 계좌 없이도 금융거래 가능해 인기 美 그린라이트-국내 레몬트리 등 “미래고객 잡자” 핀테크 경쟁 치열
중학생 서승준 군(15)은 요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용돈을 받는다. 은행 계좌 없이도 입출금, 송금, 결제 등을 할 수 있는 카카오뱅크의 10대 전용 서비스 ‘미니’를 통해서다. 서 군은 “현금을 안 써도 돼 편리하다. 친구 대부분이 스마트폰으로 금융생활을 한다”고 했다.
10대 중고교생과 2010년 이후 출생한 ‘알파세대’를 겨냥한 금융 서비스가 속속 나오고 있다. Z세대를 넘어 스마트폰과 쇼트폼 콘텐츠에 익숙한 알파세대를 선점하기 위한 금융권 경쟁이 시작됐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 미니의 가입자는 3월 말 현재 128만 명에 이른다. 가입 대상인 만 14∼18세 인구(234만2453명)의 절반 이상이 이용하는 셈이다. 본인 명의 휴대전화 인증을 통해 10대가 직접 개설할 수 있고, 선불충전금처럼 계좌 없이도 금융 거래를 할 수 있는 서비스다.
은행권의 이 같은 움직임은 미래 잠재 고객을 확보하는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은행 관계자는 “청소년 때의 금융 경험이 성인이 돼서도 그대로 이어진다”고 했다. 실제로 미니를 이용한 고객 90% 이상이 비대면 계좌를 개설할 수 있는 만 17세가 되자 카카오뱅크에서 입출금 계좌를 만들었다.
해외에선 10대 전용 서비스를 개발한 핀테크가 급성장하고 있다. 미국 스타트업 ‘그린라이트’는 어린이용 모바일 직불카드를 만들어 300만 명 넘는 고객을 모았고 지난해 3조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유니콘’(기업가치 1조 원 이상 스타트업)에 올랐다.
국내에선 핀테크 스타트업 ‘레몬트리’가 지난해 50억 원의 투자를 받아 비슷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자녀가 스스로 저축 목표를 세우고 용돈 관리를 할 수 있는 플랫폼을 9월 내놓을 예정이다. 이민희 레몬트리 대표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미래 고객인 어린이, 청소년을 잡기 위한 금융권 경쟁이 치열하다”고 했다.
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