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미국 민간위성 업체 ‘플래닛랩스’가 촬영한 북한 송림항 일대 위성사진. 검은 물체를 가득 실은 선박 등 총 2척(원 안)의 선박이 포착됐다.
북한 송림항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금수품목인 북한산 석탄을 실은 선박들이 드나드는 모습이 포착됐다. 중국 항구에 대기 중인 북한 선박들도 발견돼 북한과 중국 간 불법 석탄 거래 가능성도 제기됐다. 26일 북한 석유 수출 금지 등이 담긴 대북제재 결의안이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채택이 무산된 지 나흘 만에 북한이 기존에 부과된 제재마저 공공연히 회피하고 있다는 정황이 나온 것이다.
31일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5월 한 달 간 미 민간위성 업체 ‘플래닛랩스’가 촬영한 송림항 위성사진에 포착된 입항 선박은 총 8척이다. 관찰 기간 한 달 중 10일은 구름 때문에 시야 확보가 어려웠던 점을 감안하면 8척 이상일 가능성도 있다고 VOA는 덧붙였다.
26일에는 송림항 부두에 정박 중인 120m, 95m 길이의 선박 두 척이 위성사진에 담겼다. 95m 길이 선박 적재함 안에는 석탄으로 추정되는 검은 물체가 가득 실려 있었고, 120m 선박은 적재함에 덮개가 씌워져 있는 상태였다. VOA는 인근 탄광에서 채굴된 석탄이 송림항으로 운반된 뒤 선박에 실리는 장면이 자주 목격됐다고 전했다.
북한 서해에 있는 송림항은 주로 중국으로 석탄을 공급하는 주요 항구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그동안 송림항과 북한 최대 항구 남포항에서는 중국으로 석탄을 실어 나르는 모습들이 꾸준히 관찰돼 북한이 유엔 제재를 어기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가 지난달 발표한 전문가패널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9월~2021년 8월 북한은 64차례에 걸쳐 55만2400t의 석탄을 중국으로 운송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7년 안보리가 북한의 광물 수출을 전면 금지한 이후 2018년까지 이 항구들은 전보다 한산해진 모습이었지만 2019년부터 다시 활동이 재개됐다.
중국 산둥(山東) 성 룽커우(龍口)항에서도 불법 석탄 거래로 추정되는 움직임이 포착됐다고 VOA는 전했다. 30일 실시간 선박 위치정보(AIS) 추적 전문 사이트인 마린트래픽 시스템에 룽커우 항 인근 해역에서 머물고 있는 북한 선박 두 척이 관측됐다는 것이다. 룽커우 항은 중국의 광물 취급 항구로 알려져 있다.
북한 서해 해상에서 북한 선박 두 척이 가까이 맞대고 있는 모습.
27, 28일에는 북한 서해 해상에서 길이 100m와 80m인 선박 두 척의 선체가 맞닿아 있는 모습이 위성사진에 찍히는 등 불법 환적 의혹도 나왔다. VOA는 다른 선박들은 서로 먼 거리를 유지한 반면 이 두 선박만 초근접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은 3월 이 해상을 새로운 석탄 환적지로 규정한 바 있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