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치솟는 금리, 집값은 흔들…영끌족 ‘하우스푸어’ 전락 우려

입력 | 2022-05-31 14:22:00

서울 아파트 단지의 모습.© News1


지난해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등을 끌어모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로 집을 산 A씨는 이자 부담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연초에도 대출금리가 한차례 올라 매월 갚아야 할 원리금이 수십만원 늘었는데, 한국은행이 이달에도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빚 부담이 더 늘어나게 생겼기 때문이다. 설상가상 계속 오를 줄만 알았던 집값은 하락 전환해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3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한국은행이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해 빚 부담이 늘어나고, 집값 하방압력도 커지면서 은행 상담 창구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걱정을 토로하는 게시글 등이 늘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26일 기준금리를 전월에 이어 0.25%p 추가 인상했다. 한은이 2개월 연속 기준금리를 올린 것은 2007년 8월 이후 처음이다. 특히 기준금리 인상은 9개월간 5차례나 이어지면서 대출자들의 고통이 심화하고 있다. 지난해 8월 0.5%였던 기준금리는 이달 1.75%로 1.25%p가 올랐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 폭(0.25%p)만큼 대출금리가 오른다고 가정하면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은 약 3조3000억원 늘어난다. 대출자 1인당 약 16만원 수준이다. 지난해 8월 이후 5차례 기준금리가 인상된 것을 고려하면, 9개월 동안 불어난 가계 이자 부담액은 16조원이 넘는다. 차주 1인당 평균 이자 부담 증가액은 약 80만원 수준이다.

실제 차주들이 짊어질 이자 부담액은 이보다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은행 대출금리는 기준금리 등 준거금리에 은행 마진이 반영된 가산금리를 더해 책정되기 때문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금리는 이미 변동형이 연 6%, 고정형은 연 7%대 진입을 목전에 뒀다.

지난해 4억원을 연 2.9% 금리(30년 만기, 원리금균등 조건)로 빌린 A씨의 대출 초기 월이자 부담은 95만원(연간 1140만원)이었다. 원금을 합친 원리금은 166만원 정도였다. 그러나 이달 대출금리가 연 4.6%까지 올라 월이자는 150만원(연간 1800만원) 이상으로 늘어나게 됐다. 총원리금 부담은 205만원까지 불어났다.

한국은행은 연내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어 다중 채무자와 영끌 대출자들의 고통은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금융권에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내 최대 세 차례까지 올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연 7% 중반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연 8%에 근접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설상가상 장기간 견고한 상승세를 유지하던 집값도 올해 들어 꺾이면서 차주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조사에서 지난주 전국 아파트값은 전주에 이어 0.01% 떨어져 하락세를 이어갔다. 수도권은 전주에 이어 0.02% 하락했고, 서울도 3주 연속 보합세가 지속됐다. 추가 금리인상, 국내외 경기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로 매수심리가 위축된 영향이다.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1주 전보다 0.2p 하락한 90.6으로, 3주 연속 하락했다. 집을 살 사람보다 팔 사람이 더 많다는 의미다.

특히 저금리 기조에 빚을 끌어다 쓴 20~30대 영끌족이 이번 금리인상기에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 조사에서 20~30대 가계대출은 지난해 말 기준 475조8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35조2000억원 늘었다. 이중 취약차주 비중은 6.6%로 다른 연령층 평균(5.8%)보다 높다. 30대 차주의 LTI(소득대비 대출비율)는 280%에 달한다.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대출 부실 조짐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20대 취약차주의 고금리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31.0% 증가(7.4%→9.7%)했다. 30대는 27.7%(8.3%→10.6%) 늘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그동안 차주들은 금리가 오르더라도 집값이 더 크게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버텨왔다”며 “그러나 끝없이 오를 것만 같던 집값도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차주들의 심리적인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