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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보폭 넓히는 이재용…“450조 투자 이어 인텔과 협력”

입력 | 2022-05-31 14:26:00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일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향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2022.5.20/뉴스1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 보폭이 넓어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에서 맞이한지 열흘 만에 팻 겔싱어 인텔 CEO와 만남을 가졌다. 그 사이 45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 계획도 발표했다.

아직 ‘취업제한’ 족쇄에 묶인 상황이지만 친기업 정책을 내건 새 정부 출범과 전쟁, 인플레이션 등 경제 불확실성 확대를 감안해 경영 전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삼성의 미래 성장 동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위기감도 작용했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직접 나서 메모리 반도체 등의 ‘초격차 리더십 유지’를 주문하고 파운드리, 반도체 등 미래 먹거리를 위해 대규모 투자를 진두지휘하고 나선 이유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은 전일 인텔의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CEO)와 서울 삼성 서초사옥에서 전격 회동을 가졌다. 겔싱어 CEO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 연례총회에 참석한 후 귀국길에 방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1위와 2위 기업인 삼성과 인텔은 모바일 등 차세대 반도체뿐만 아니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협력에 대해서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이 방한해 평택 반도체 공장을 방문했을 때도 이 부회장이 직접 안내했다. 이후 한-미 정상의 만찬에 참여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새 정부 출범 후에도 취임식을 시작으로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대한민국 중소기업인 대회’에 등장해 상생을 약속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해 이재용 부회장과 함께 반도체 생산라인을 둘러보며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2022.5.20/뉴스1

최근에는 향후 5년간 450조원에 달하는 ‘투자 보따리’를 내놓으며 새 정부의 친기업 정책 방향에 화답했다. 지난 5년간 투자한 330조원보다 120조원 늘어난 수치로, 투자금액의 80%인 360조원을 국내에 집중 투자할 예정이다.

선제적 투자·차별화된 기술로 ‘반도체 초강대국’을 달성하고 바이오 산업 육성으로 ‘제2의 반도체 신화’를 만들기 위한 조치다. 또 인공지능(AI)과 차세대 통신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을 주도하기로 했다. 특히 5년동안 8만명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기로 했다.

이 부회장이 아직 사면을 받지 못해 ‘취업제한’ 상태임에도 적극적으로 경영 활동에 나선 것은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경쟁은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핵심 산업인 반도체의 경우, 메모리 부문은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경쟁사의 추격이 만만찮다. 차세대 먹거리인 파운드리는 대만 TSMC에 밀려 좀처럼 점유율을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TSMC의 지난해 4분기 시장점유율은 52.1%에 달했지만 삼성전자는 18.3%에 그쳤다. ‘2030년 시스템 반도체 세계 1위’ 목표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2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중소기업인 대회에서 취재진의 대규모 투자 질문에 “그냥 목숨 걸고 하는 것”이라며 “앞만 보고 가겠다”고 현 상황에 대한 위기 의식을 드러내기도 했다.

450조원 투자 계획 중 300조원 이상이 파운드리를 비롯한 반도체 부문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 AI·차세대 이동통신 등 미래 먹거리에도 투자가 집중된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사면이 이뤄지면 경영활동이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삼성전자의 경쟁력 확보에 주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오너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사업에 미치는 영향은 결코 적지 않다”며 “이 부회장의 사면이 이뤄져야 삼성의 인수합병(M&A)이나 대규모 투자 등이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삼성은 그동안 국가적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구원투수로 등판해 위기 극복에 앞장섰다”며 “사면을 통해 삼성과 한국 경제가 한 단계 더 성장할 기회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