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도 함께 노래하며 같이 음악을 만들고 싶은 마음을 막아내진 못했습니다.” (이건용 작곡가)
합창단 ‘음악이있는마을’의 제20회 정기연주회 ‘스무고개를 넘어서, 비로소…’가 18일 오후 5시 경기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1996년 고(故)이강숙 단장(한국예술종합학교 초대 총장)에 의해 창단된 음악이있는마을은 50여명의 단원이 활동하는 시민합창단이다. ‘한국어의 아름다움을 합창으로 그리고 세계로’의 정신으로 한국합창음악을 찾고 개발하고 보급해왔다. 지금까지 350여곡의 창작곡을 연주하면서 한국 창작 합창곡은 재미없을 거라는 편견을 깨고 정기연주회마다 매번 2000여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큰 호응을 얻어왔다.
특히 이번 스무번째 연주회는 음악이있는마을을 창단한 고 이강숙 초대단장(2020년 소천)의 추모 연주회로 진행된다. 이건용 단장이 작곡한 ‘Requiem Aeternam’과 홍준철 음악감독이 쓴 노랫말에 노선락 작곡가가 곡을 붙인 ‘기억할게요’가 고 이강숙 초대단장의 추모곡으로 연주된다. 또한 음악이있는마을 단원이기도 한 강현나, 양이룩, 채수남, 한태호 작곡가가 창작한 열 세 곡의 합창곡도 연주된다.
강현나 작곡가의 ‘아라리요’는 우리의 가락 아리랑 선율을 모던한 감각으로 재창조한 곡으로, 리드미컬한 도입부에 이어 익숙한 아리랑 선율을 거쳐 애처로운 마음을 휘몰아치듯 곡이 이어진다. 합창곡을 듣다보면 어느새 한(恨)과 흥에 동화된다. 양이룩 작곡가의 ‘봄꽃피는 날’은 용혜원 시인의 시를 인용해 만든 곡이다. ‘봄에 꽃이 필 때 나의 진심을 알게 되었다’는 가사가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멜로디와 화성으로 구성됐다.
“마실 다녀본지가 언제인지, 흙냄새를 맡아본 지도 오래입니다. 빚장 걸어 잠그고 틀어박힌 지가 오래입니다. 이제 곧 흙에서 나는 모든 것들이 서로 얼굴 맞대고 수다 떨며 살내음이라도 맡으면 숨통이 좀 트일지 모르겠습니다. 흙으로 돌아가신 촌장님도 함께 하시리라 믿습니다.”(홍승찬 기획감독)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