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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인사검증단·특별감찰관·경찰국 논란… 졸속에 주먹구구

입력 | 2022-06-01 00:00:00


고위공직자 후보자에 대한 검증을 담당할 인사정보관리단을 법무부 장관 직속으로 설치하는 내용의 시행령 개정안이 31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또 특별감찰관 임명 여부를 놓고 대통령실 관계자들이 엇갈린 발언을 내놓고, 행정안전부 산하에 경찰국 신설을 검토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정기관을 둘러싼 혼선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오는 상황이다.

개정된 시행령대로 법무부가 대법관과 헌법재판관에 대한 인사 검증까지 맡으면 사법부의 독립성이 침해될 소지가 크다. 법무부의 비대화도 우려된다. 야당은 법률로 정해야 할 행정 각 부의 직무범위를 시행령으로 정하는 것은 헌법에 위배된다며 위헌소송을 예고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40일 이상 하게 돼 있는 입법예고를 이틀 만에 끝냈고, 입법예고 1주일 만에 법제처 심사와 차관회의, 국무회의까지 마무리했다.

또 여당인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 내내 대통령 가족과 측근의 비리를 감시하는 특별감찰관을 공석으로 둔 것을 놓고 ‘대통령 주변의 비리를 감추려는 것’이라며 여러 차례 성토했다. 그런데 지난달 30일 대통령실 관계자는 “여건이 이전 정권과는 달라졌다”며 특별감찰관을 임명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여권의 태도가 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확산되자 대통령실의 다른 관계자가 나서서 “제도가 존재하는 한 반드시 (임명)하는 것”이라고 주워 담았다. 대통령실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하지 않은 채 설익은 메시지를 내고 있는 것이다.

행안부에 경찰국을 둔다는 생각도 위험하다. 과거 내무부 치안국이나 치안본부가 경찰을 관리하면서 경찰의 정치 중립성이 훼손됐던 전례가 있다. 이를 막기 위해 민주화 이후 경찰청을 외청으로 분리하고 독립성을 강화했다. 그런데 행안부 장관이 경찰국을 통해 경찰을 지휘·감독한다면 민주화 이전으로 돌아가려는 조치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더욱이 윤 대통령과 개인적으로 가까운 한동훈, 이상민 장관이 각각 맡고 있는 법무부와 행안부의 권한과 관련된 사안을 졸속 처리해서는 안 된다. 경찰에 대한 견제는 경찰위원회에 맡기고, 법무부에 인사정보관리단을 설치하는 문제는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