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방역지원금 文정부보다 2배… ‘예산폭탄’이라고 떠벌리는 국민의힘 여전히 손실 비례 보상과는 거리 멀어… 영업의 자유 보장되는 나라인지 의문
송평인 논설위원
문재인 정부가 자랑한 K방역은 자영업자의 희생 위에서 이뤄졌다. 자영업자에게 지급된 돈은 고작 1, 2차 방역지원금 400만 원이었다. 이마저도 처음엔 손실 보상은 법률적 근거가 없다는 말 같지도 않은 이유를 내세워 주지 않으려 했다.
‘영업의 자유’와 ‘손실 있는 곳에 보상 있다’는 헌법적 원칙은 문재인 정부에서는 통하지 않았다. 대신 ‘손실 없는 곳에도 보상 있다’는 포퓰리즘 원칙이 작용했다. 그 원칙에 따라 방역지원금은 쥐꼬리만큼 주고 국민 재난지원금으로 1차 가구당 100만 원, 2차 개인당 25만 원을 퍼부었다.
국민 재난지원금에는 23조2000억 원이 쓰였다. 방역지원금에는 17조 원이 쓰였다. 국민 재난지원금 대상을 실직자 등 실제 피해자로 한정했다면 그들에게 더 많은 돈을 주고 방역지원금으로도 400만 원의 2배 정도는 너끈히 줄 수 있었다.
여야는 똑같이 손실보전금과 손실보상금이라는, 족보에도 없는 구분을 사용한다. 손실보전금은 방역지원금처럼 일률적으로 주는 돈이고, 손실보상금은 손실에 비례해 주는 돈이라고 한다. 손실의 크기를 묻지 않는 보상은 이를 정당화할 어떤 근거도 없다. 그건 포퓰리즘일 뿐이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만이 아니라 윤석열 정부도 방역지원금을 선거를 앞두고 지급한다. 자영업자들이 숨넘어간다고? 숨이 넘어갔으면 이미 100번도 넘게 넘어갔을 시간이 지났다. ‘윤핵관’ 중 하나는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예산폭탄’이라고 떠벌렸다.
문재인 정부는 뒤늦게 지난해 7월 손실에 비례한 보상을 도입했다. 코로나로 인한 영업제한은 2020년 3월부터 시작됐는데도 지난해 7월 이후의 손실에 대해서만 보상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그런데도 더불어민주당은 국회에서 단독으로 소급적용 없는 손실보상법을 통과시켰다. 지난해 7월 이전의 손실은 1, 2차 방역지원금 400만 원으로 퉁치려 했던 것이다.
국민의힘은 당시 소급적용을 주장하며 법 통과에 반대했다. 그러나 지난달 3차 방역지원금을 통과시킬 때는 국민의힘이 오히려 손실 보상의 소급적용에 반대하고 민주당이 소급적용을 주장하고 나왔다. 이번에는 국민의힘이 1, 2, 3차 방역지원금 1000만∼1200만 원이면 지난해 7월 이전의 손실은 충분히 보상이 이뤄졌다고 보고 뭉개려 한 것이다.
어떤 업체에는 충분한 보상을 넘어 공돈이 생긴 것일 수도 있지만 어떤 업체에는 쥐꼬리만 한 보상이다. 헌법은 영업의 자유를 보장한다. 정부의 영업제한에 따른 보상금은 국민 재난지원금과 달리 정부가 줄 수도 있고 안 줄 수도 있는 게 아니다. 실정법에 근거가 없으면 헌법에 근거해 행정명령으로라도 줘야 한다. 손실 보상은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선거에만 눈이 어두워 지원금을 앞세우고 비례 보상 원칙에도 안 맞는 지원금으로 손실 보상을 대체하려 한 점에서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는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런 식으로 한다면 누가 이 나라에서 영업을 하고 영업을 확대할 생각을 하겠는가.
손실에 따른 보상을 해야 하지만 100% 보상이라는 것도 무지한 얘기다. 코로나 발생 같은 위기 상황에서 정부는 돈을 써야 할 곳이 많아진다. 그래서 100% 보상은 어려울 수 있다. 얼마를 보상할지는 국가의 재정 여력에 달려 있다. 그래서 보상 비율을 법으로 못 박는 건 법으로 규정해선 안 되는 걸 법으로 규정하는 어리석은 짓이다. 재정 여력이 안 되면 80%나 70%로 보상할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고통을 분담하면서 공정하게 보상받는 것이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