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킥보드 위험천만 주행… 술 취한 채 헬멧도 안써 “집 앞이라 방심”

입력 | 2022-06-01 03:00:00

경찰, ‘두 바퀴 차’ 특별단속 첫날



7월 31일까지 특별단속 지난달 30일 밤 서울 송파구 방이삼거리에서 경찰이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은 개인형 이동장치(PM) 운전자를 단속하고 있다. 뉴시스


“(음주운전 하면 안 된다는 걸) 알고는 있었는데, 치킨 먹다가 맥주를 한 잔 마셔서….”

지난달 30일 오후 11시 반경 서울 광진구 성수사거리. 전동킥보드를 타던 한 남성이 경찰 단속에 적발되더니 이같이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측정 결과 남성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76%. 경찰은 즉석에서 운전면허 정지 처분을 내렸다. 전동킥보드와 전동휠 등 개인형 이동장치(PM·Personal Mobility)를 운전하려면 원동기 면허 이상의 운전면허가 필요하며, 음주 상태로 운전하다 적발되면 혈중알코올농도에 따라 면허가 정지 또는 취소된다.
○ 경찰, 7월 말까지 단속 나서
최근 심야 시간 ‘택시 대란’으로 음주 상태에서 PM을 이용해 귀가하는 이들이 늘었다는 지적이 나오자 서울경찰청이 이날부터 PM과 자전거, 오토바이 등 ‘두 바퀴 차’의 교통법규 위반에 대한 특별 단속에 나섰다. 경찰은 7월 31일까지 승차 정원 초과, 음주운전, 신호 위반, 역주행, 보행자 보호 의무 위반 등을 엄격히 단속할 방침이다.

단속 첫날 동아일보 취재팀이 현장에 동행해 보니 오후 10시부터 밤 12시까지 2시간 동안 광진구 거리 2곳에서만 음주운전(2대)과 승차 정원 위반(2대), 무면허 운전(1대) 등 법규를 위반한 PM 6대가 적발됐다. 한 대가 여러 건을 위반한 중복을 포함하면 위반 건수는 모두 10여 건에 달했다.

적발된 운전자 모두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지난해 5월 13일부터 안전모 착용이 의무화됐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 적발된 한 남성은 “(헬멧 의무 착용을) 알고 있었지만 집 앞에 잠깐 나와서 (괜찮을 줄 알았다)”라며 멋쩍어했다.

헬멧을 쓰지 않은 상태로 전동킥보드 한 대에 함께 타 정원(1명)을 넘긴 남녀는 면허도 없었다. 법규 3개를 한꺼번에 위반한 것. 무면허 운전은 범칙금 10만 원이 부과되고, 운전면허 취득이 1년간 금지된다. 안전모 미착용은 범칙금 2만 원, 정원 초과는 범칙금 4만 원이 부과된다.
○ PM 사고 급증세, 사고 시 중상 위험 높아
PM은 각종 벌칙 조항에서 자동차와 차이가 거의 없는데도, ‘자전거와 비슷하다’는 오해 속에 법규를 위반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이날 오후 10시 반부터 지하철 2호선 건대입구역 5번 출구 앞 사거리를 지켜본 결과 PM을 탑승한 채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이 30분 동안 13명이나 목격됐다.

경찰청에 따르면 PM 사고는 최근 급증세다. 2020년 897건에서 지난해 1735건으로 93.4% 늘었다. 지난해 5월 도로교통법 개정 이후 연말까지 PM 교통법규 전체 위반 건수는 7만3565건으로, 이 가운데 ‘안전모 미착용’이 5만8579건(79.6%)으로 가장 많았다. 무면허 운전 7168건(9.7%), 음주운전 2589건(3.5%) 등이 뒤를 이었다.

전문가들은 PM이 자전거보다 사고 발생 시 중상 위험이 훨씬 크다고 지적한다. 박무혁 도로교통공단 선임연구원은 “관련 통계에 따르면 PM을 이용하면서 보호장구를 미착용할 때 중상 확률이 10배 이상으로 높아지고, 사망률은 2배로 높아진다”면서 “특히 머리를 보호할 수 있는 헬멧은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 PM 공유업체 관계자는 “헬멧을 비치했더니 분실률이 90%에 달했다”며 “착용률을 높이기 위해 고심 중”이라고 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안전모 착용 캠페인을 벌이는 한편 휴대가 간편한 접이식 헬멧을 내놓았다”면서 “이용자들의 의식 변화가 절실하다”고 했다.



유채연 기자 yc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