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사자기 준우승 청담고 에이스
청담고 투수 류현곤이 지난달 30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76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결승전에서 공을 힘차게 던지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결승에서 상대할 것 같아 영상 분석을 하긴 했는데 실제로 보니 더 잘하더라고요.”
지난달 30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막을 내린 제76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에서 경남고를 우승으로 이끈 전광열 감독은 결승전 상대였던 청담고 선발 류현곤(18·3학년)을 이렇게 칭찬했다.
전 감독은 사이드암 투수인 류현곤에 대해 “몸을 외야 쪽으로 비틀어서 최대한 공을 숨겨 던진다. 최고 구속은 시속 140km가 나왔지만 투구 폼 때문에 체감 속도는 더 빨랐을 것”이라며 “투심 패스트볼, 스플리터, 커브 등 깨끗한 공이 하나도 없더라. 류현곤이 더 길게 던졌다면 우리가 우승하기 힘들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 사이 청담고 타선이 5회말 2점을 선취하면서 경남고는 패전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그러나 투수 한 명이 투구 수 105개를 넘길 수 없다는 대회 규정에 따라 류현곤은 7회초 1사 2, 3루 위기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가야 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경남고 타선이 단숨에 5점을 내며 경기를 뒤집었다. 3자책점을 기록한 류현곤은 패전투수가 됐다. 류현곤은 “타자 한 명당 5구 이내에 승부를 본다는 생각으로 빠른 템포로 승부하려고 했다. 그렇게 8, 9회까지 던지고 싶었는데 뜻을 못 이뤄 아쉽다”고 말했다.
류현곤은 패스트볼 평균 시속이 137km 정도로 공이 빠른 투수는 아니다. 시속 140km 이상을 던지는 투수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한 이유다. 그러나 변화구, 제구력, 경기 운영 능력 등이 탈고교급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수도권 한 구단 관계자는 “우리 팀 (지명 후보) 리스트에 올려놓고 봐왔다. 이번 황금사자기에서 장점이 더 도드라진 것 같다. 구속만 시속 5km 정도 더 올라오면 프로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류현곤의 가장 큰 장점은 ‘탈삼진 능력’이다. 결승전에서 25타자를 상대로 삼진 11개를 잡아낸 것을 비롯해 이번 대회에서 상대한 타자 65명 중 26명(40%)을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끝판왕’ 오승환(40·삼성)도 2012년 상대 타자 중 37.7%를 삼진으로 잡아낸 게 개인 최고치다. 탈삼진 26개 역시 이번 대회 최다 기록이다.
류현곤은 “이전까지 전국대회라고 하면 막연하게 ‘큰 대회’로만 생각했다. 황금사자기에서 결승전까지 치른 덕에 앞으로 ‘큰 경기’도 연습경기처럼 여유로운 마음으로 치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