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레에다 감독 기자간담회서 밝혀 “칸 수상, 송강호가 이뤄낸 성과” 宋 “호명됐을 때 몇 초간 패닉상태, 남우주연상 감동 야금야금 느낄것”
영화 ‘브로커’의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오른쪽)는 31일 서울 용산 CGV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현장에서 송강호 등 눈앞에 펼쳐지는 배우들의 연기를 보며 매 순간 행복했다”며 “(관객들도) 훌륭한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을 즐겨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뉴스1
“자상한 미소를 머금은 송강호가 아이를 안고 있다가 이내 팔아버리는 장면이 떠올랐어요. 선악이 혼재된 송강호, 그게 이 영화의 출발점이었죠.”
배우 송강호에게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안긴 영화 ‘브로커’의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그는 칸 영화제 폐막식 이후 국내 첫 행사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영화 ‘브로커’ 제작의 원천이 된 결정적 인물로 배우 송강호를 꼽았다. 31일 서울 용산CGV에서 취재진과 만난 고레에다 감독은 “베이비박스란 주제와 함께 송강호가 등장하는 한 장면이 (머릿속에서) 떠올랐다”며 “영화 ‘브로커’의 출발은 송강호 그 자체였다”고 강조했다.
‘브로커’는 교회 베이비박스에 아이를 버린 소영(이지은)과 아기를 팔려는 브로커 상현(송강호)과 동수(강동원)의 여정을 따뜻한 시선으로 비춘 영화다. 고레에다 감독은 “‘가치 없는 생명이 어디에 있을까’란 메시지는 한국,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주제”라며 “효율을 중시하는 시대인 만큼 문화의 차이를 넘어 모든 나라에 전달될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레에다 감독에게 ‘브로커’는 한국어 대사와 한국의 풍경, 한국인 배우를 스크린에 담아낸 첫 작품이다. 고레에다 감독은 “현장에서 송강호가 그날 편집본을 꼼꼼히 보고 피드백을 많이 줬다”며 “촬영 시작부터 끝까지 송강호가 도와준 덕분에 불안을 극복하고 완성할 수 있었다”고 했다. 송강호는 “감독님이 처음부터 배우들에게 많은 피드백을 주면 본인에게 도움이 될 거란 이야기를 했다”며 “편집본을 보고 말씀드려도 되냐고 여쭤봤는데 흔쾌히 ‘얼마든지 바라고 기다리고 있다’고 하셔서 감사했다”고 말했다.
송강호는 그간 영화 ‘박쥐’ ‘밀양’ ‘기생충’이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 심사위원상 등을 받을 때마다 곁을 지켰던 배우다. 7번 도전 끝에 ‘브로커’로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거머쥔 그에 대해 고레에다 감독은 “제가 뭔가를 했다기보다는 송강호 씨가 그간 이뤄냈던 성과”라며 “솔직히 제 영화로 받아서 송구한 마음이 있다”고 했다. 송강호는 “호명됐을 때 꿈인가 생시인가 싶은 패닉 상태가 몇 초간 이어졌다”면서 “이 감동을 야금야금, 천천히 느끼고 싶다”며 웃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