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급등 속 경기침체 우려 커져
글로벌 공급망 위기 등으로 4월 생산과 소비, 투자 지표가 모두 전월보다 악화됐다. 3개 지표가 일제히 전달보다 나빠진 ‘트리플 감소’는 2년 2개월 만이다. 물가상승률이 5%에 육박하는 가운데 경기 지표마저 악화되자 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 속 경기 침체) 공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31일 통계청이 내놓은 ‘4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4월 전(全)산업 생산은 전월보다 0.7% 감소했다. 전산업 생산은 1, 2월 연속 전월 대비 감소했다가 3월에 반짝 반등했지만 4월 들어 다시 하락했다. 특히 반도체(―3.5%), 식료품(―5.4%) 등이 포함된 광공업 생산이 3.3% 감소한 영향이 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감소로 의약품 소비가 줄고, 재택치료자 감소로 가정 내 식료품 소비가 줄면서 소매 판매도 전월보다 0.2% 감소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공급망 불안이 계속되면서 설비투자는 전월보다 7.5% 줄어 3개월 연속 감소했다.
高물가속 짙어진 경기침체 그림자… 정부 “추가 물가대책 낼것”
생산-소비-투자 26개월만에 동반 감소
거리두기 해제에도 소매판매 줄어… 설비투자 급감… 고용에도 악영향
경기예측 지표, 10개월 연속 하락… 서비스업 생산 증가 그나마 위안
○ 코로나 보복소비 상쇄한 ‘고물가’
통계청이 31일 내놓은 ‘4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생산과 소비, 투자 지표가 모두 3월보다 악화됐다. 4월 18일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 이후 소비가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기대됐지만 오히려 4월 소비(소매판매)는 전달보다 0.2% 감소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고물가 때문에 소비심리가 꺾인 것”이라며 “가정의 달인 5월에는 소비 지표가 개선될 수 있지만 이후 소비 상황은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全)산업 생산은 0.7% 줄었지만 서비스업 생산이 1.4% 증가한 것은 긍정적인 신호다. 서비스업 생산은 음식, 숙박업 등 대면서비스업을 중심으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음식·숙박업 생산은 4월 들어 지난달보다 11.5%, 여가와 오락업은 13.3% 증가했다.
향후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전월 대비 0.3포인트 떨어져 10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 지수가 10개월 연속 떨어진 것은 2009년 1월까지 14개월 연속 감소한 이후 처음으로 경기가 하강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뜻이다. 물가는 급등하는데 경기가 나빠지면 한국 경제는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 정부 “추가 물가 대책 내놓겠다”
정부는 ‘물가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추가 대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날 3조1000억 원 규모의 민생안정대책을 발표한 것에 대해 “밥상·생활물가가 올라 국민들이 어려운 상황이니 정부가 관세나 재정 지원 등 수단으로 생산비를 낮추는 대책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앞으로 상황을 진단하면서 추가적인 대책을 지속적으로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가 발표한 관세 폐지 등을 통한 원가 인하 방안이 소비자 가격 인하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그 점을 집중적으로 점검해달라고 관계부처 장관들에게 특별히 당부했다”고 했다. 기업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법인세 인하 등 세제개편에 대해선 “조만간에 소개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