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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배극인]국민연금 가입자들의 분통

입력 | 2022-06-02 03:00:00


“노후 준비를 위해 매달 꼬박꼬박 국민연금을 냈는데 공짜로 받는 기초연금보다 못하다니 어이가 없다.” 정부의 기초연금 40만 원 인상 공약에 국민연금 가입자들이 분노하고 있다. 팍팍한 살림살이에도 의무가입 기간 10년을 채우며 보험료를 내왔는데 역차별을 당하게 생겼다는 것이다. 공약이 실현되면 노인 단독가구는 월 40만 원, 부부가구는 월 64만 원의 기초연금을 받게 된다. 올해 국민연금 월평균 수령액이 57만 원이니 기초연금보다 나을 게 없다.

▷기초연금은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 노인이면 누구에게나 지급된다. 재원도 국민 세금이다. 매달 보험료를 내야 받는 국민연금과 달리 공짜로 불리는 이유다. 2008년 9만4000원으로 시작해 박근혜 정부 20만 원, 문재인 정부 30만 원으로 대선을 치를 때마다 금액이 늘었다. 올해 지급액은 물가상승률을 감안해 월 30만7500원이다. 이번 정부는 이를 40만 원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국민연금 가입자들이 허탈해하는 것은 기초연금 증액 때문만이 아니다. 이들은 기초연금 수령 때도 불이익을 당한다. 국민연금 수령액에 연계해 기초연금을 깎는 제도 때문이다. 국민연금 수령액이 기초연금 기준금액의 1.5배 이상이면 최대 50%까지 깎인다. 올해 기준금액은 월 46만 원이다.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늘어도 기초연금액은 깎인다. 국민연금 가입기간 12년이 넘으면 1년씩 늘어날수록 약 1만 원씩 줄어드는 구조다. 노후 보장을 위해 생활비를 쪼개 보험료를 납부해온 사람들에게 오히려 페널티가 주어지는 것이다.

▷현행 제도에서는 국민연금 수급액을 늘리려고 추납을 하거나, 60세 이후에도 계속 보험료를 내는 사람들에게 불이익만 돌아갈 수 있다. 돈은 돈대로 내고 기초연금이 깎여 효과가 반감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장기 체납을 반복해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짧은 사람은 기초연금을 다 받게 된다. 이런 역설하에서 기초연금을 올리면 경제적 여력이 부족한 사람부터 국민연금을 이탈해 공적연금제도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일본에서는 65세부터 지급하는 노령기초연금을 받기 위해 20세 이상 모든 국민이 국민연금에 의무적으로 가입해 10년 이상 보험료를 내야 한다. 저소득층을 위한 납부 면제 제도가 있으나 그만큼 연금액도 줄어든다. 모두가 보험료를 내니 역차별 논란이 나올 수 없다. 그 대신 형편이 어려운 사람에게는 생활보호급부가 지급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이 기초연금 지급 대상을 줄이고, 지급액을 높이라고 권고했다. ‘선별적 복지’를 강화하라는 얘기다. 기초연금 인상에 앞서 역차별을 해소할 수 있도록 제도 전반을 손봐야 한다. 


배극인 논설위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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