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6·1 지방선거]이재명, 계양을 보선 당선 확실
금배지 달고도 웃지 못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이 인천 계양을 당선이 확실시된 뒤인 2일 0시 무렵 계양구 선거사무실에 들어서고 있다. 이 위원장은 민주당이 참패한 6·1지방선거 결과에 대해 “국민의 엄중한 질책을 겸허하게 수용하겠다”고 했다. 인천=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국민들의 따가운 질책과 엄중한 경고를 낮은 자세로 겸허하게 잘 받들도록 하겠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은 2일 0시경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당선이 확실시된 직후 진행한 방송 인터뷰에서 굳은 표정으로 이같이 말했다. 이 위원장은 소감을 말하기에 앞서 깊은 한숨을 내쉬는가 하면 세 차례에 걸쳐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보궐선거에서 승리했다는 기쁨보다는 민주당의 지방선거 참패에 대한 복잡한 심경이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
3·9대선 패배 이후 두 달여 만에 지방선거로 조기 등판한 이 위원장은 이번 보궐선거 승리로 생애 첫 국회의원 배지를 다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당장 당 내부에서 들끓는 ‘책임론’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명분이 부족하다”는 우려와 “쇄신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위기에 빠진 당을 구하겠다”며 등판해 놓고는 ‘상처뿐인 승리’를 거뒀다는 지적이다.
○ 미미했던 ‘이재명 효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과 윤호중 박지현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이 1일 국회에 마련된 종합상황실에서 6.1 지방선거 투표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이 위원장의 조기 등판이 오히려 당에 독이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선거 막바지 이 위원장이 던진 ‘김포공항 이전’ 공약이 전국적 논란이 되면서 전국 선거 판세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총괄선대위원장이 당을 위해 희생해야 하는데, 이번엔 반대로 당이 희생한 선거였다”고 비판했다.
의원들 사이에서도 날선 비판이 나왔다.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결과적으로 민주당은 죽고 이재명만 살았다”고 했다. 경기 화성을을 지역구로 둔 3선 이원욱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재명 친구. 상처뿐인 영광! 축하합니다”라고 적었다.
○ 당권 노리는 李, ‘책임론’ 대응이 과제
당장 선거 직후부터 당 안팎에선 ‘이재명 책임론’이 터져 나왔다. 민주당 김해영 전 최고위원은 이날 SBS 방송에서 “이 위원장의 출마가 이번 민주당 지방선거 패배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한 친문(친문재인) 성향 의원은 “민주당이 이 위원장에게 대선과 지방선거, 총 두 번의 기회를 주었는데도 결국엔 패배하고 만 꼴”이라며 “대선과 지방선거까지 합쳐서 책임론을 제기할 때가 됐다”고 했다.이에 맞서 친이(친이재명)계도 벌써부터 이 위원장 엄호에 나선 모습이다. 한 의원은 “지난 대선과 이번 지방선거 모두 민주당 후보로서는 치르기 쉽지 않은 선거였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라고 했다. 이 위원장과 가까운 야권 인사는 이 위원장을 향한 당내 책임론에 대해 “미래가 아닌 과거의 책임을 묻는다는 것 자체가 자기 밥그릇만 생각하겠다는 태도”라고 비판했다.
당장 이 위원장의 첫 시험대는 차기 전당대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당대회 출마가 유력한 이 위원장에 맞서 당내 친문 그룹 좌장인 전해철 홍영표 의원을 비롯해 ‘김근태계’로 꼽히는 이인영 의원 등이 출마 결심을 굳혔거나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 관계자는 “이번에 선출할 당 대표는 2년 뒤 치러질 총선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며 “당의 구심점이 사라진 상태에서 ‘친이 대 친문’ 구도로 진행될 전당대회 결과에 따라 이 위원장의 차기 대선 도전 가능성까지 좌우될 수 있다”고 했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