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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성지’ 김해·양산도 뒤집혔다…경남 낙동강벨트 표심 변화 원인은?

입력 | 2022-06-02 09:39:00

홍태용 국민의힘 김해시장 후보가 당선이 확실시 되자 소감을 밝히고 있다. © 뉴스1


진보세가 강했던 경남의 낙동강벨트도 이번 6·1지방선거에서 지형도가 바꼈다. 경남의 기초단체장에 국민의힘 후보가 대부분 당선된 가운데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봉하마을이 있는 김해시도, 문재인 전 대통령이 낙향한 양산시도 국민의힘 후보가 시장직을 거머쥐었다.

김해에서는 신경과 전문의 출신인 국민의힘 홍태용 후보가 11만4695표(57.28%)를 얻어 3선 연임을 노리던 민주당 허성곤 후보(8만5514표·42.71%)를 누르고 승리했다. 양산에서도 재선 양산시장을 지낸 국민의힘 나동연 후보가 8만1804표(59.82%)를 얻으면서 현 시장인 민주당 김일권 후보(4만8818표·35.7%)를 크게 따돌렸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김해 봉하마을. © 뉴스1DB.

과거 김해는 1995년 실시된 제1회 지방선거부터 2006년 제4회 지방선거까지는 보수정당 후보가 4연속 시장에 당선됐다. 하지만 2008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 후 고향인 김해 봉하마을로 귀향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2010년 치러진 제5회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시장으로 당선된 후 지금껏 민주당이 자리를 지켜왔다. 12년만에 보수당이 김해시장을 탈환한 것이다.

양산도 2010년 이후 치러진 지방선거를 살펴보면 5·6회 지방선거에서는 당시 한나라당·새누리당 후보로 나섰던 나동연 후보가 김일권 후보를 연거푸 누르고 당선돼 재선 시장을 지냈으나, 2018년 지방선거 때는 김 후보가 반격에 성공했었다.

이번 선거로 인해 국민의힘은 그동안 진보세가 강했던 두 지역을 탈환하는 동시에 국민의힘 홍남표 창원시장 후보까지 당선되며 경남의 보수지형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게 됐다. 반면 민주당은 민주 성지로 여겨졌던 두 지역을 빼앗기며 뼈 아픈 패배를 안게 됐다.

이번 선거결과를 놓고 김해와 양산에서는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가장 큰 원인은 지난 대선에서 불었던 이른바 ‘윤풍’이 경남의 낙동강벨트에도 거세게 불었다는 해석이다.

양산시장으로 당선된 국민의힘 나동연 후보(가운데)가 환호하고 있다. (나동연 후보 캠프 제공) © 뉴스1

반면 지난달 문 전 대통령이 양산으로 낙향했고 얼마 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도식에도 5년만에 참석하면서 ‘문풍’을 예상했으나 기대에 못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양산의 한 후보 캠프 관계자는 “19대 대선에선 김해·양산에서 문 전 대통령이 홍준표 후보를 크게 이겨 20대 대선에도 이재명 후보가 앞설 것으로 예상했으나 결과는 윤 대통령이 두 지역 모두 이재명 후보보다 앞섰다. 결국 윤풍이 이번 선거에도 영향을 준 것”이라며 “반면 퇴임 후 정치적인 발언을 삼가고 있는 문 전 대통령으로부터 어떤 영향을 기대하기 힘들었는데 이번 노 전 대통령 추도식에서도 주목을 끌만한 발언은 없었다”고 말했다.

당선·낙선자에 대한 지역민들의 평가도 두 지역 표심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다. 특히 큰 표차로 패배한 민주당 김일권 양산시장 후보는 이번 선거를 앞두고 부동산실명법 위반 등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사실이 알려졌으며 그동안 언론을 통해서도 각종 의혹이 꾸준히 제기되면서 도덕성 논란이 결국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도 있다.

경남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평산마을에 위치한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2022.5.26/뉴스1

반면 오랜 기간 김해에서 의료봉사를 하며 지역민심을 닦아온 홍태용 후보는 민주당이 강세였던 2010년부터 경남도의원,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는 동시에 오랜기간 당협위원장을 지내며 지역에서 꾸준히 정치 활동을 해왔다. 낙선의 고배를 수차례 마셨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지역민들에게 인지도를 넓히고 고정 지지층도 탄탄하게 구축했는데 이번 선거에서 그 결실을 맺었다는 평가다.

이 외 경남의 타 시·군에 비해 진보성향의 유권자가 많은 김해·양산의 투표율이 경남에서 가장 저조한 것도 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김해시는 투표율이 45.8%에 그쳐 경남에서 가장 낮았으며 그 뒤로 양산시도 47%에 머물렀다. 이 때문에 지난 대선 당시 윤 대통령 당선에 실망한 민주당 유권자들이 이번 선거에서 적극적으로 투표하지 않은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한편 이번 선거에서 경남의 낙동강벨트를 국민의힘이 거머쥐게 되면서 위치상 부울경 메가시티의 중심인 김해·양산의 부울경특별연합 청사 유치 문제도 관심 사항이다. 현 시장이 적극적으로 나섰던 청사 유치 운동을 향후 국민의힘 소속 시장이 어떻게 전개해 나갈 지 주목된다.

아울러 이번 지방선거의 결과가 다가오는 2024년 총선에서 김해·양산 민주당 3석(김해갑, 김해을, 양산을)에도 어떤 영향을 끼칠지 관심이 쏠린다.

(김해=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