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을 기점으로 숨 가쁜 5월을 지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하반기에도 경영 보폭을 더욱 확대할 조짐이다.
정부 주도의 행사에만 모습을 드러내던 이 부회장이 삼성이 주최하는 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하며 삼성 총수로서 존재감을 과시한 만큼 위기 돌파를 위해 미국 ‘선밸리 콘퍼런스’도 참석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미디어·정보기술(IT) 업계 거물들의 모임인 ‘선밸리 콘퍼런스’에 직접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와 워런 버핏,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팀 쿡 애플 CEO 등이 참석했다.
해당 모임은 대형 인수합병(M&A)이나 협력 등이 논의되는 자리로 이 부회장이 상무 시절인 2002년부터 이 행사에 꾸준히 참석했다. 이 부회장은 한국 인사로서 처음 초청장을 받은 뒤 2016년까지 매년 이 행사에 참석했다.
이 부회장이 구속수감 중이던 2017년 법정에서 “선밸리는 1년 중 가장 바쁜 출장이고 가장 신경 쓰는 출장”이라고 언급할 만큼 글로벌 네트워크 형성에 중요한 행사다. 이 부회장은 2017년부터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되며 참석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 부회장이 올해 콘퍼런스에 참석하면 6년 만에 다시 찾게 된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8월 법원의 가석방 결정으로 출소해 해외 출장시 법무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의 방미 일정이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답방 기간과 겹칠 가능성도 있다고 추측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이르면 7월 윤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추진하고 있다.
이 부회장의 방미가 성사되면 주요 IT회사 최고 경영진과 회동을 갖고 최근 기술 동향과 대형 M&A 등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1분기(1∼3월) 기준 삼성전자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 보유액은 126조원으로 실탄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7년 하만을 인수한 후 대규모 M&A를 사실상 멈춘 상태다. 굵직한 M&A 추진을 앞두고 미국을 방문하면 이 부회장과 미국 주요 IT기업 경영진과의 회동을 통해서 진전이 이뤄질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재계 관계자는 “5월부터 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평택캠퍼스를 소개하는 등 정부 주도의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다가 최근에는 삼성 호암식에도 참석한 것으로 비춰 볼 때 활발한 경영 행보를 펼치는 큰 배경이 있을 것으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향후 이 부회장이 해외 사업장이나 주요 경영 현장을 찾으며 삼성 총수로서 모습을 드러내는 일이 잦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