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인수합병(M&A)에 대한 관심을 나타낸 영국 반도체 설계기업 ARM에 대해 글로벌 주요 반도체 업체들이 공동 인수 의향을 잇달아 나타내면서 실현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2일 업계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최근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최고경영자)는 “경쟁사와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ARM 지분을 확보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2월 말 팻 겔싱어 인텔 CEO “업계 컨소시엄을 구성해 ARM 지분을 인수하는 건을 지원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고, SK하이닉스 박정호 대표이사 부회장이 지난 3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여러 국가 업체와 공동 컨소시엄을 구성해 ARM 지분 확보로 인수를 고려하고 있다”고 한 데 이어 또다시 주요 반도체 기업 대표가 ARM에 대해 공동 인수 의향을 드러낸 것이다.
다만 SK하이닉스의 ARM 공동 인수가 아직은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ARM은 그래픽처리장치(GPU)업체 엔비디아에 지난 2020년 9월 400억달러(약 47조원)에 매각될 뻔했으나, 이후 미국과 영국, 유럽연합(EU) 규제당국의 승인을 받지 못하면서 올해 초 막판에 인수가 불발됐다.
이는 전 세계적인 반도체 공급 부족 상황에서 세계 주요국들의 합병 심사가 까다로워진 탓이다. 반도체 산업이 미래 첨단 산업은 물론 국가 안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황이다보니 특정 국가로 지나친 쏠림이 나타나는 것에 대한 견제가 심화하고 있다. ARM은 컴퓨터의 두뇌인 CPU와 스마트폰의 두뇌인 AP의 설계도를 그리는 기업인데, AP 설계 시장 점유율 90%를 차지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12월 미국 매그나칩반도체, 지난 2월 독일 실트로닉스 등 줄줄이 규제 당국 심사를 넘지 못해 좌초됐다. 공동 인수 추진이 변수지만, 아직 반도체 공급난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합병 심사를 넘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ARM의 최대 주주인 소프트뱅크는 내년 3월 말까지 ARM의 미국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