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지사 선거에서 첫 패배
‘노무현의 남자’인 더불어민주당 이광재 전 의원이 강원도지사 선거에서 패했다. 이 전 의원은 45.92%를 얻는 데 그쳐 54.07%를 득표한 국민의힘 김진태 전 의원에게 8.15%포인트 차로 무릎을 꿇었다.
이 전 의원이 자신이 출마한 선거에서 패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국회의원 선거 세 번, 도지사 한 번 등 총 4번의 선거에서 모두 승리해 그에게는 ‘선거 승부사’란 별칭이 따라다녔다. 그러나 국회의원(강원 원주갑)마저 사퇴하고 12년 만에 도전한 강원도지사 선거는 그에게 첫 패배를 안겨줬고, 정치 생명에 치명타가 될 전망이다.
이 전 의원의 패배는 줄곧 여론조사 결과를 통해 조심스럽게 예견됐다. 하지만 2010년 도지사 선거에서도 이계진 전 의원에게 역전승을 일궈냈던 터라 막판까지 기대의 끈을 놓지 않았다. 하지만 대선 직후 강원도에 거세게 분 ‘윤풍(尹風)’을 극복하지 못했다.
이 전 의원은 도지사 출마를 결정하기까지 고심을 거듭했다고 한다. 2010년에도 도지사 출마를 위해 의원직을 사퇴했고, 도지사 당선 뒤에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7개월 만에 낙마해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이 때문에 이번에 세 번째 선출직 자리를 사퇴하는 것이 그에게는 큰 부담거리였다.
하지만 민주당 내 강원도지사 공천 신청자가 1명도 없자 당의 권유가 이어졌고, 선당후사의 심정으로 출마를 결심했다. 그는 출마 기자회견 당시 “의원 임기를 마치지 못해 제 손을 잡아주신 원주시민들에게 죄송한 마음이 가장 컸다”며 힘들었던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 전 의원의 사퇴로 생긴 원주갑 보궐선거에서도 국민의힘 박정하 전 청와대 대변인이 승리해 그에게 패배의 아픔은 갑절이 됐다. 도지사와 의원 모두 국민의힘에게 내줘 두 마리 토끼를 다 잃은 셈이다.
이 전 의원은 앞으로의 거취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11년 강원도지사직을 상실한 뒤 9년 동안 정치공백기를 보냈다. 2020년 총선에서 재기에 성공했지만 정치 생명을 걸고 도전한 이번 선거에서 패함으로써 그의 정치 행보는 불투명해졌다.
춘천=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