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estion & Change]〈15〉교육 플랫폼 ‘엘리스’ 김재원 대표
김재원 엘리스 대표가 서울 강남구의 사무실 내 코딩 강의 영상을 촬영하는 스튜디오에서 미소를 활짝 지어 보였다. 오른쪽은 영상 촬영 시 사용되는 카메라와 모니터 등 각종 장비.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코딩 교육을 어떻게 확장할 수 있을까.’
국내 코딩 교육 플랫폼 스타트업 ‘엘리스’의 김재원 대표(36)가 2015년 창업할 때 가졌던 질문이다. 당시 KAIST 전산학과 박사과정 중 조교로 일했던 그는 기초 프로그래밍 강의를 수강하는 학부생들의 코딩 시험 답안지를 채점하다가 이 질문을 갖게 됐다. 학생들이 답안으로 적어낸 코드가 적합한지를 컴퓨터 실행을 통해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답안을 종이에 프린팅한 뒤 조교들이 예상해 점수를 매겨야 했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에서는 피드백이 오가기 힘들어 교육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그가 찾은 해답은 코딩 웹사이트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었다. ‘학생들은 플랫폼에 답안을 제출하고, 조교들은 플랫폼에 접속해 코드를 실행하며 채점할 수 있지 않을까.’ 그는 같은 연구실에 있던 대학원생 2명과 함께 두 달 만에 초기 버전의 플랫폼을 구축했다.
○ 미 하버드대 인턴 하면서 창업 동력 얻어
애초 김 대표의 목표는 창업이 아니었다. 캐나다 워털루대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한 그는 캐나다 통신회사 텔러스(TELUS) 등에서 소프트웨어 관련 직무로 근무하던 직장인이었다. 그런 그가 2012년 KAIST 대학원에 진학한 건 그 무렵 데이터 분석과 인공지능(AI) 분야가 주목받으면서 관련 공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김 대표는 “학교에 있다 보니 ‘학교에 필요한 툴을 개발해 데이터를 확보한 뒤 연구를 해보자’는 생각을 했고, 프로그래밍 플랫폼이라는 툴을 만들어 데이터가 쌓이면 학습에 도움이 되는 알고리즘을 연구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에 엘리스를 창업했다”고 설명했다. 코딩 웹사이트 플랫폼으로 각종 창업대회에 나가 1등을 했는데 대회 상금을 법인 계좌를 통해서만 받을 수 있어 회사를 차리게 됐다. 하지만 기업 운영은 전혀 다른 얘기였다. 그는 “왜 우리 스타트업의 솔루션을 써야 하는지 기업들의 신뢰를 구축하는 데 3년 이상 걸렸다”고 말했다.
○ “코딩을 쉽고 재밌게 교육하겠다”
정작 김 대표는 학창 시절 코딩을 좋아하지 않았다고 한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캐나다 학교에서 필수과정으로 코딩을 배웠는데, 교육 내용이 부실하다 보니 늘 어렵게만 느껴졌다. “당시 선생님도 잘 몰라서 학생들에게 알아서 하라고 했던 것 같다. 엘리스는 어떻게 하면 더 쉽고 재밌게 코딩을 배울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담긴 결과물이다.”김 대표는 기존 소프트웨어 교육 회사들의 한계점을 눈여겨봤다. 교육자와 수강생의 컴퓨터상 환경 설정이 다르면 교육을 진행하기 어렵거나 관련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데에만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래서 웹 기반의 플랫폼을 구축한 엘리스는 복잡한 프로그램을 설치하지 않고도 사용자가 웹에 로그인만 하면 바로 코딩 학습과 실습을 할 수 있다. 코드를 입력한 뒤 의문이 생긴 부분을 현직 프로그래머에게 질문할 수 있고 AI 자동채점 기능도 있다.
현재 국내 재계 20위권 기업 18곳과 100여 곳의 교육기관, 정부 등에서 엘리스를 통해 디지털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김 대표는 “국내 코딩 교육자가 부족한 현실에서 실습 중심의 교육 콘텐츠를 만들었다고 자부한다”며 “소프트웨어 기술을 토대로 농업과 의료 등 사회 문제들을 풀고 혁신을 이루는 게 궁극의 꿈”이라고 말했다.
#사명 엘리스(Elice)의 의미: “앨리스(Alice)는 KAIST 지도교수님의 이름이자 한국의 ‘철수’ ‘영희’처럼 미국에서 많이 쓰이는 친근한 이름. 가상(electronic)에서 교육(education)이 이뤄지는 특성을 반영해 ‘A’를 ‘E’로 바꿨다.”
#지난해 KAIST에 3억 원을 기부한 이유: 창업할 때 많은 도움을 받은 것에 대한 사회적 책임감.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