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공개된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의 사진. 윤 대통령과 김 여사가 반려견들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홍수영 정치부 차장
그런데 그저 낯섦이 아니었다. 우선, 사진이 팬카페를 통해 유통된 방식이 괴이했다. 대통령실 청사에서는 보안을 이유로 대통령 전속 사진가와 대통령실사진기자단만 촬영이 허용된다. 또 대통령실 자체적으로 찍은 사진이라면 ‘국민소통관실’을 통해 공개되는 게 보통이다. 대통령 부부의 재가 없이 이를 빼돌릴 간 큰 참모는 없다. 대통령 집무실에서 이래도 되나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18년째 회사를 다니며 부모님께 사무실을 보여드리겠다는 생각을 감히 해보지 못했다. ‘공적 공간’에 대한 장삼이사(張三李四)의 인식도 이렇다.
그럼에도 당일에는 “야권에서 비판 좀 하겠는데…”라고 말하고는 지나쳐 버렸다. 공개석상에 두문불출하는 김 여사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높으니 하며 쉬이 여겼다. 그러고선 다음 날 ‘대통령 부인 놀이’라는 김어준의 발언에 아차 싶었다. 한국 사회에 가장 해로운 인물로 생각하는 김어준의 영향력에 힘입어 이 사진을 뒤늦게 곱씹는 상황에 자괴감이 들었다.
대통령의 모든 말과 행동은 메시지다. 대통령이 그래서 숨 막히는 자리다. 쉬어도 메시지 있게 쉬어야 한다. 국민 눈높이에도 어긋나면 안 된다. ‘미국 대통령 부부도 했다’는 해명은 통하지 않는다. 가족과 정치에 관한 ‘컬처 코드’가 다르다. 취임 첫 주말 신발을 사러 간 대통령 부부의 모습은 좋았다. 저 신발을 신고 국민을 위해 곳곳을 누비겠다는 다짐 같았다. 그런 점에서 대통령과 참모들이 이번에 깊게 생각해 보면 좋겠다. 대통령 부부가 백화점에서 신발을 쇼핑하는 것은 되고, 관저와 분리된 집무실에서 반려견을 안고 기념 촬영하는 것은 안 되는 까닭을. 같은 사생활이라도 주는 메시지가 다르다.
홍수영 정치부 차장 ga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