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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서울 구청장 탈환 ‘1:24→17:8’… 한강벨트 11곳중 10곳 승리

입력 | 2022-06-03 03:00:00

[6·1 지방선거 민심]
4년새 확 달라진 서울 지방권력




6·1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25개 자치구에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후보에게 모두 승리하는 압승을 거뒀지만 25개 구청장과 112석 시의원 선거에선 ‘견제와 균형’을 기대하는 민심이 드러났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구청장과 시의회를 사실상 ‘싹쓸이’했던 쏠림 현상이 이번 선거에선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 4년 전 대패 설욕한 국민의힘
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서울 구청장 25개 중 17개를, 민주당은 8개를 각각 차지했다. 개표 초반엔 민주당 후보들이 두 자릿수를 지키며 강세를 보이는 듯했으나 밤늦게 사전투표함 개표가 이어지면서 서울 지도 곳곳에 ‘붉은색’이 번져나가기 시작했다.

4년 전 지방선거에서 서초구 1곳만 겨우 지켰던 국민의힘은 이번 선거에서 전체의 68%를 탈환하며 설욕에 성공했다. 특히 중·광진·마포·양천·영등포구 등 5곳에서 민주당 현역 구청장 후보와의 맞대결에서 승리했다. 한강을 따라 남북으로 이어진 ‘한강 벨트’ 11곳 중에서는 성동구를 제외한 전 지역에서 이겼다. 또 3·9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윤석열 대통령을 이겼던 강서·구로·서대문구 등 11곳의 민주당 우세 지역을 포함해 25곳의 자치구 모두 오 시장을 선택하는 민심의 변화가 나타났다.

반면 민주당은 2010년 이후 12년간 지켜왔던 20개 구청장 중에서 종로·용산·광진·동대문·도봉·서대문·마포·양천·강서·구로·영등포·동작·강동구 등 13곳을 국민의힘에 빼앗겼다. 이번에 수성에 성공한 8곳은 성동·중랑·강북·노원·은평·금천·관악·성북구로, 대부분 ‘민주당 텃밭’으로 분류되는 지역이다. 강북을 제외하면 8명의 당선인이 모두 현직 구청장으로 ‘현역 프리미엄’이 주효하게 작용했다. 민주당은 강북과 성북구에서도 국민의힘 후보에게 각각 0.33%포인트, 0.53%포인트 앞서는 힘겨운 승리를 거뒀다.
○ 극심한 쏠림현상 없이 ‘절묘한 균형’

서울시의회 선거에서도 국민의힘이 전체 의석의 68%인 76석을 차지했다. 오 시장이 선거 유세 과정에서 “시의회와 구청장을 3분의 2 이상 가져갈 수 있도록 지지해달라”라고 수차례 호소했던 만큼 유권자들이 정확히 몰아준 것이다.

민주당은 지난 12년간 서울시의회 의석수의 70% 이상을 휩쓸어왔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는 전체 106석 중 민주당이 79석, 한나라당이 27석이었고, 2018년에는 민주당이 110석 중 102석을 독차지했다.

반면 이번 선거에서는 전체 112석을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각각 76석, 36석씩 나눠 가지면서 과거처럼 극심한 쏠림현상이 일어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선 민심이 ‘절묘한 균형’을 이뤄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이 의결정족수인 과반 의석을 확보하면서 오 시장이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원동력은 확보했지만 일방적으로 시정을 밀어붙이기는 어려운 수준이라는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에서 민주당의 ‘검수완박 입법’ 강행에 피로감을 느낀 유권자들이 여야가 서로 견제할 수 있는 구도를 만들어준 것”이라고 해석했다.

오 시장이 서울 전역에서 송 후보를 앞섰지만 구청장 선거에서는 민주당이 8곳을 지킨 것도, 시장과 구청장을 같은 정당의 후보로 뽑으려는 유권자들의 ‘줄투표’ 경향이 옅어졌다는 분석이다. 국민의힘으로선 당초 목표했던 ‘20곳 이상 석권’에는 미치지 못하는 성적표인 셈이다. 오 시장도 이날 서울시청에 출근해 업무에 복귀한 뒤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구청장 선거 결과에 대해 “(소속 정당이 다른 구청장들과의) 협치에 인색하지 않겠다”라고 밝혔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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