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가 희귀감염질환인 원숭이두창이 감시망을 피해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원래 풍토병으로 존재했던 아프리카 지역 외 국가에서 한 달 새 수백건의 감염 사례가 갑자기 발생했기 때문이다.
지난 1일(현지시간)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기자들에게 “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동시에 많은 국가에서 원숭이두창의 갑작스러운 출현은 감지되지 않은 전파가 한동안 있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국제 통계 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서아프리카와 중앙아프리카를 제외한 30개국에서 감염사례 653건이 발생했다. 지난 5월 7일 영국에서 처음 원숭이두창 환자가 보고된 지 한 달도 채 안됐다. 특히 영국과 스페인 그리고 포르투갈은 이미 확진자가 100명이 넘었다.
원숭이두창은 두창(천연두)과 유사하지만, 전염성과 중증도는 낮은 바이러스성 질환이다. 체액 등 밀접한 신체접촉이 주요 감염경로다. 드물지만 감염자의 비말(침방울)로도 감염될 수 있다. 발열과 수포 등 발진 증상이 나타나며 2~4주 뒤 대부분 호전된다.
이번 원숭이두창 유행이 스페인과 벨기에에서 열린 파티 중 성소수자 간 성접촉에서 시작됐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WHO는 원숭이두창 감염자에 대한 낙인이 찍힐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알려진 대부분의 감염 사례가 성적 접촉이 원인인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누구나 원숭이두창에 감염된 다른 사람과 긴밀한 신체 접촉하면 감염될 수 있다”며 모든 사람이 (확진자들이) 낙인과 싸우는 데 도움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낙인)는 잘못된 것일 뿐만 아니라 감염된 개인이 치료받지 못하게 해 전염을 막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 원숭이두창의 영향을 받는 국가도 감시를 확대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WHO는 또 대규모 백신 접종보다는 감염 위험이 가장 큰 의료 종사자와 고위험군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일부 환경에서 사용을 제안했다. 원숭이두창이 풍토병으로 유행하는 지역인 아프리카 일부 국가에서도 매년 확진자가 수천명이 발생하는 등 발병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2022년에만 아프리카 5개 국가에서 원숭이두창으로 약 70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풍토병 이외 국가에서 발생한 원숭이두창 확진자 중 아직 사망자는 보고되지 않았다.
마리아 반 케르코브 WHO신종질병팀장은 ”아직 사망자가 보고되지 않았지만, 바이러스가 취약한 인구에 유입되면 상황이 바뀔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방역당국은 아직 원숭이두창 국내 감염 사례는 없지만, 감시와 대응을 계속 강화할 예정이다. 또 현재 원숭이두창 2급 감염병 고시 개정을 추진하며 확진자 격리 치료를 검토 중이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