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발생한 경남 밀양 산불 진화에 나선 한 함양국유림관리소 소속 산불특수진화대원이 진화 도중 흐르는 땀을 닦아내고 있다. 산림청 제공
2일 오후 9시경 경남 밀양시 부북면 해발 538m 옥교산 일원. 지난달 31일 발생한 산불이 사흘째 계속되고 있었다. 헬기 53대와 진화차 및 소방차 203대, 산불특수진화대 등 2000여 명이 진화에 나서 90%의 진화율을 보였지만 이날까지 주불 진화를 선언하지는 못했다.
날이 어두워지면서 1.5㎞의 시뻘건 화선(火線)은 더욱 선명해지고 바람을 따라 미친 듯이 이동하고 있었다.
한 특수진화대원은 “진화차와 소방차 등 200여 대가 동원됐지만 임도가 없어 진화 차량이 접근할 수 없다”며 “임도만 있었더라면 벌써 진화를 마무리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경남 밀양에서 발생한 산불현장에서 진화에 나선 산불특수진화대원이 물을 마시고 있다. 산림청 제공
전문가들도 산불 발생 때 임도의 역할은 진화 및 확산을 막는데 결정적이라고 설명했다.
1968년부터 국내에 조성되기 시작한 임도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2만3981km. 산림청은 2019년 강원도 대형산불 이후 진화 차량 이동이 수월하고, 진화용수를 확보할 수 있는 취수장을 겸비한 ‘산불예방임도’를 국유림을 중심으로 조성해왔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의 임도는 주요 산림 선진국과 비교할 때 매우 낮은 수준.
정부가 지난달 추경예산을 편성하면서 산불예방임도 개설을 위해 221억 원을 추가 편성한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조성하고 있는 산불예방임도는 국유림에만 국한돼 있다. 전국 산림의 74%를 차지하는 공·사유림에서 발생하는 산불에 대응하는 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임도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산림 소유주의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나 부재산주(不在山主)가 많은 데다 임도에 대한 이해 부족 등으로 동의조차 받기 힘든 상황이다. 이에 따라 꼭 개설해야 할 임도 노선을 불가피하게 바꾸는 경우도 있다.
3일 오전 5시경 밤샘 지상 진화로 진화율은 전날 90%에서 비해 92%로 늘어나고 화선도 1.5㎞에서 1.2㎞로 300m쯤 줄였으나 임도부재에 따른 아쉬움은 여전히 남는다. 주불은 3일 오전 10시경 잡혔다.
산림청 하경수 과장은 “임도 사업은 지방으로 이양됐으나 새롭게 도입된 산불예방임도는 지방에 보조할 수 있는 사업으로 명시되지 않아 문제점이 많다”며 “임도 정책이 선진국 수준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