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부터 천연가스, 석탄까지 거의 모든 에너지 가격이 뛰면서 전세계가 1970년대식 석유파동 혹은 그 이상의 위험에 놓였다고 CNN방송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몇 년 동안 에너지 부문 투자가 감소한 가운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석유파동이 재현될 우려가 커졌다. 더 큰 문제는 과거와 달리 현재 위기는 석유에 국한하지 않고 에너지 전반이 들썩인다는 점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파티 비롤 사무총장은 이번주 독일주간 슈피겔과 인터뷰에서 “석유, 가스, 전기 위기가 동시에 발생했다”며 “1970년대, 1980년대에 비해 훨씬 큰 위기로 장기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에너지 가격이 높은 것만 문제가 아니다. 이상 기온과 가뭄으로 전력망에 과부하가 걸릴 위험도 있다. 지난달 미국 전력당국은 올여름 심각한 전기부족으로 정전과 단전이 잇따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오늘날 에너지 위기는 단순히 전쟁 탓으로만 돌릴 수 없다. 석유,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가 급감한 영향도 상당하다. 국제에너지포럼(IEF)에 따르면 석유, 가스섹터에 대한 업스트림(개발) 투자금은 지난해 3410억달러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 5250억달러보다 23% 낮은 수준이다. 최대 자금이 쓰였던 2014년의 7000억달러에 비하면 훨씬 적다.
각국이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을 가속화했고 한정된 화석연료는 미래가 불확실했으며 수 년 동안 저유가가 지속된 탓이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프란치스코 블랜치 글로벌 원자재 본부장은 “탄소배출을 감축하려는 의지에 화석연료 투자 매력은 떨어졌고 이로 인해 가격 변동성이 심해져 공급측면 문제를 해결하기 더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에너지 위기가 어떤 결말을 맺을지는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 외교적 노력에 힘입어 전쟁이 끝나 대러시아 제재가 풀려 공급 부족이 단번에 해결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또 에너지 수요의 붕괴를 야기할 만큼 깊은 침체가 발생하면 에너지 위기는 한풀 꺾일 수 있다고 CNN방송은 덧붙였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