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 14년만에 최고]금융위기 이후 최악 물가대란 국제 유가-곡물값 올라 속수무책…환율까지 치솟아 물가 더 부채질 금리 올리면 경제침체 역풍 우려…尹 “집 창문 흔들리는것 못느끼나” 美 금리인상 이어 양적긴축 시작
6월 물가 6% 전망까지… “3고 복합위기 2008년보다 심각”
금융위기 이후 최악 물가대란
국제 유가-곡물값 올라 속수무책…환율까지 치솟아 물가 더 부채질
금리 올리면 경제침체 역풍 우려…尹 “집 창문 흔들리는것 못느끼나”
美 금리인상 이어 양적긴축 시작
윤석열 대통령이 3일 ‘태풍’이라는 단어까지 써 가며 경제 위기를 강조한 것은 한국 경제가 물가 급등을 포함한 복합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위기감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지금 집에 창문이 흔들리고 마당에 나뭇가지가 흔들리는 거 못 느끼느냐”며 경제 위기를 비유적으로 언급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뛴 5월 물가는 국제 유가와 곡물 가격 급등의 외부 영향을 크게 받았다. 정부로선 대책 마련이 쉽지 않다. 고물가와 고환율, 고금리가 겹친 ‘3고(高)’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물가를 잡기 위해 빠르게 금리를 올린다면 자칫 한국 경제가 침체의 늪에 빠질 수 있다. 고금리 상황에선 정부가 확장재정을 펼치기도 힘들다. 정부는 물가 대응과 경제 성장이라는 반대 방향으로 달리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힘든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 “치솟은 환율도 물가 끌어올려”
자난달 소비자물가 상승이 약 14만에 최고 수준으로 칫오른 가운데 3일 서울 망원시장의 한가게에 가격인상에 따라 가격을 올린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김재명 기자.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환율 역시 물가 오름세를 더욱 키우는 요소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이날 내놓은 보고서 ‘환율 변화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에서 “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오르지 않고) 안정적이었다면 올해 1분기(1∼3월)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8%가 아닌 3.1% 수준으로 낮아질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3일 원-달러 환율은 1242.7원에 마감했는데, 지난해 12월 말과 비교하면 50원 넘게 올랐다.
○ ‘3고’ 복합 위기에 깊어지는 한은 고민
지난달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3.3%로 2012년 10월(3.3%) 이후 가장 높았다.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1년 후 물가 수준에 대한 소비자의 전망치를 뜻한다. 이 수치가 오르면 임금, 기업의 제품 가격 인상 압력이 더 높아지며 인플레이션의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
물가 상승률이 이미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 2%를 넘었기에 한은은 최근 금리 인상을 통한 ‘돈줄 죄기’에 나섰다. 하지만 금리가 급격히 오르면 서민들의 이자 부담이 커지고 소비도 위축된다. 장기 저성장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렇다고 금리 인상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면 한미 간 기준금리 격차가 좁혀지거나 역전돼 국내 자본이 고금리의 미국으로 유출될 수 있다.
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