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사우디에 구애 성공” 분석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한 가운데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가 7, 8월 원유 증산량을 기존 방침보다 50%가량 많은 64만8000배럴로 확정했다.
2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OPEC+는 회의를 열고 “원유와 정제제품 모두에서 안정적이고 균형적인 시장의 역할이 필요하다”며 전달 하루 증산량(43만2000배럴)보다 약 50% 많은 64만8000배럴을 증산하기로 했다. 이는 전 세계 수요의 0.7%에 해당해 원유 생산을 파격적으로 늘리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동안 증산에 소극적이었던 사우디아라비아 등 OPEC 주도국들이 증산 기조를 밝힌 것이어서 전향적으로 평가된다.
OPEC+의 이번 결정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이달 말 만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는 가운데 이뤄진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바이든 대통령이 이달 예정된 유럽과 이스라엘 순방 일정에 사우디아라비아 방문을 추가했다고 2일 보도했다.
원유 생산이 실질적으로 늘어 물가 상승세를 늦추는 효과가 있을지에 대해선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를 제외한 대부분의 OPEC 회원국들은 거의 최대치로 생산량을 올린 상태다. 세계 2위 석유 수출국인 러시아가 전쟁을 멈추지 않는 이상 원유 금수조치 등 제재가 지속될 것이라는 문제도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후 하루 원유 생산량이 100만 배럴가량 줄어든 상태다.
이러한 우려로 2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7월물 미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장보다 1.4% 오른 채 마감됐다.
카이로=황성호 특파원 hsh033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