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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마리우폴·벨라루스로 곡물 수출 가능”…식량난 책임 서방에

입력 | 2022-06-04 15:24:00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항구 봉쇄로 전 세계 식량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마리우폴 등 점령 지역과 우방 벨라루스 등을 통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을 제안했다.

3일(현지시간)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과 AP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로시야 1TV와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가 몇 가지 조건을 받아들일 경우, 우크라이나 곡물을 실은 화물선의 통행을 보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그 조건으로 우크라이나가 항구에서 지뢰를 제거하거나, 러시아가 통제 중인 베르댠스크·마리우폴 등 점령 지역 항구를 이용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육로로도 곡물을 수출할 수 있다며, 가장 논리적인 경로는 벨라루스라고 거론했다. 다만 이 경우 벨라루스에 대한 서방 제재가 해제돼야 한다고 했다. 다뉴브강을 통한 루마니아, 헝가리, 폴란드 경로도 제안했다.

푸틴 대통령은 전 세계 고조되고 있는 식량 위기가 우크라이나 전쟁이 아닌 서방에 의한 문제에서 비롯됐다고 재차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세계 식량 문제는 2020년 2월부터 시작됐으며, 에너지 위기 원인은 기후 변화 관련 서방의 “근시안적 정책”에 원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유럽은 천연가스 공급 장기 계약을 유지하자는 우리의 강력한 요청을 무시하고 폐쇄하기 시작했다”며 “이것 또한 유럽 에너지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으며, 가격을 상승시켰다”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세계 식량 시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문제를 러시아 책임으로 전가하려는 시도가 있다”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곡물 수송을 봉쇄하고 있다는 주장은 “허풍”이라고 주장했다.


전 세계 식량난은 서방이 러시아에 가한 제재 때문이라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을 방해하지 않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신규 대러 제재는 국제 시장 상황을 악화시킬 것이라며 “완전히 근시안적이고 잘못된 정책으로, 막다른 골목으로 이끄는 어리석은 정책”이라고 비난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통화에서 “서방 국가들의 현명하지 못한 경제·금융 정책으로 세계 식량 시장에 문제가 생겼다”며 “반러 제재가 해제되면 비료와 농산물 상당량을 수출할 수 있다”고 밝혔었다.

알렉산드르 포민 러시아 국방차관은 지난 2일 마틴 그리피스 유엔 인도주의·긴급구호 담당 사무부총장과 회담에서 우크라이나 항구에서 출발하는 곡물 화물선 안전을 보장할 용의가 있다며, 인도주의적 회랑을 개발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러한 가운데 유엔은 농산물 수출 협상 타결을 위해 러시아 측과 긍정적인 논의가 오갔다고 전했다.

스테판 뒤자리크 유엔 대변인은 이날 취재진에게 그리피스 부총장이 지난 1~2일 방러에서 러시아 외무부 및 국방부와 “솔직하고 건설적인 논의를 했다”고 전했다.

이번 회담이 흑해 우크라이나 항구에서 곡물 및 식량 수출을 용이하게 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오는 8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회담이나 유엔이 관장하는 ‘관찰 메커니즘’ 관련 보도는 확인할 수 없다고 선 그었다.

터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푸틴 대통령 및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각 통화에서 유엔·러시아·우크라이나가 참여하는 3자 평화 회의와 유엔 기반 ‘관찰 메커니즘’ 설치를 제안했었다.

뒤자리크 대변인은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이날 푸틴 대통령 우방인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곡물 수출 문제 관련 통화했다고도 밝혔다.

다만 벨라루스 상품을 독일, 발트국가, 폴란드 등을 통해 수출하는 대가로 벨라루스를 통해 우크라이나 곡물을 수출하는 방안을 논의했다는 벨라루스 언론 보도는 확인하지 않았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