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민족예술단체총연합이 언론 개혁을 주제로 마련한 전시 ‘굿바이 시즌2’에 특정 언론인들을 근거 없이 매도한 작품을 포함시켜 물의를 빚고 있다. 문제의 출품작은 전현직 언론인 등 110명의 얼굴을 희화화해 소속 회사와 실명을 써넣은 ‘기자 캐리커처’다. 서울민예총은 ‘가짜뉴스 언론 풍자 및 기자 캐리커처 작품 전시회’라고 행사를 소개하면서 이 작품을 홍보용 포스터에 활용해 논란을 키웠다. 현재 포스터는 다른 이미지로 교체된 상태다.
예술가의 표현의 자유는 존중받아야 하며 언론도 비판과 풍자의 대상이 된다는 걸 부인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누구도 사실을 왜곡할 자유까지 누릴 수 있는 건 아니다. 논란이 된 작품을 본 사람이라면 실명으로 등장하는 인물들이 가짜뉴스 생산자라고 오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포스터나 작품 어디에도 캐리커처 대상을 선정한 기준이나 근거가 나오지 않는다. 가짜뉴스를 비판하는 전시 포스터 자체가 가짜정보를 유포하고 있는 셈이다. 표현의 자유를 빙자한 명예훼손 아닌가.
캐리커처 인물들에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검증했던 주요 방송사와 신문사 기자들, 문재인 정부에 대해 비판적인 보도를 했던 기자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권력 감시에 게으른 언론을 신랄하게 꼬집어야 할 예술이 거꾸로 권력을 비판한 언론인을 공격하고 있다. ‘예술의 얼굴을 한 정파적 프로파간다’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정 언론인들을 근거 없이 개혁 대상으로 목록화하는 것은 예술인들이 비판했던 블랙리스트와 무엇이 다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