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3번의 ‘허니문 선거’ 모두 투표율 낮고 여당이 승리 그 다음 선거는 여당 패배?… 인플레 극복에 징크스 향배 달려
천광암 논설실장
문민정부 탄생부터 시작하면 지금까지 총 22번의 전국 규모 선거가 있었다. 7명의 대통령 중 정권 출범 직후인 허니문 기간에 첫 선거를 치른 대통령은 김대중(DJ), 이명박(MB), 윤석열 등 3명이다. DJ는 취임 후 99일 만에 제2회 지방선거를, MB는 44일 만에 18대 총선을, 윤 대통령은 22일 만에 이번 제8회 지방선거를 치렀다. 나머지 대통령들은 모두 취임한 지 한두 해가 지난 시점에 첫 선거를 맞았다.
총선과 지방선거는 성격이 많이 다른데도 3번의 ‘허니문 선거’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 낮은 투표율이다. DJ의 허니문 선거는 당시로서는 역대 최저인 48.9%를 기록했다. 이 기록을 아래로 다시 깬 것이 MB의 허니문 선거(46.1%)다. 이번 6·1선거가 역대 8번의 지방선거 중 두 번째로 낮은 투표율을 보인 것은 새삼스럽지 않다.
둘째, 모두 여당이 이겼다. 2회 지방선거에서는 DJP연합이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 모두에서 야당인 한나라당을 눌렀다. 특히 수도권에서는 일방적인 압승을 거뒀다. 18대 총선은 극심한 공천 갈등으로 친박 세력이 당을 뛰쳐나간 가운데 치러졌으나 한나라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했다. 범보수 진영은 200석을 넘겼고 제1야당은 겨우 81석을 건졌다.
물론 대선에 지고도 ‘졌지만 잘 싸웠다’는 ‘뇌피셜’에 안주한 더불어민주당이 참패를 자초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원래 유리할 수밖에 없는 선거에 ‘야당 복’까지 겹쳤으니 지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윤 대통령이 행여 ‘내가 잘해서’ 또는 ‘여당이 잘해서…’라는 착각에 빠지면 지금의 민주당 꼴이 나기 십상이다.
불행히도 앞서 두 번의 허니문 선거에는 공통점이 또 하나 있다. DJ는 허니문 선거 후 679일 만에 열린 총선에서 야당에 패배했다. MB는 784일 만에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충격적인 수준으로 참패했다. 윤 대통령의 허니문 선거와 다음 총선 사이의 간격은 679일. 두 대통령에게 주어졌던 골든타임과 똑같거나 거의 비슷한 기간이다. 윤 대통령이 허니문 선거의 세 번째 징크스에 붙들리지 않으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윤 대통령 주변에는 김대기 비서실장 등 MB 정권 인사들이 많다. ‘7·4·7(성장률 7%, 소득 4만 달러, 7대 경제강국) 공약’을 앞세웠던 MB노믹스의 운명을 기억하기 어렵지 않을 것이다. MB노믹스는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과 고유가·고물가 위기를 연이어 만나 ‘리만(李萬·이명박 대통령과 측근인 당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이름에서 한 글자씩 조합한 것) 브러더스 사태’라는 조롱 속에 막을 내렸다.
그런데 윤 대통령 앞으로 몰려들고 있는 위기는 MB가 맞닥뜨렸던 것보다 결코 약하지 않다. 미국과 중국 간의 신냉전으로 인한 ‘공급망 요동’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및 곡물 가격의 폭등 사태는 14년 전의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훨씬 구조적인 데다 중국 및 러시아와의 복잡한 국제정치가 얽혀 있다.
윤 대통령이 존경하는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은 인플레이션을 일컬어 “한 사회를 파멸시킬 수 있는 병폐”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3일 지방선거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경제 위기를 비롯한 태풍에 들어와 있다. 정당의 정치적 승리를 입에 담을 상황이 아니다”라고 했다. 바른 인식이다. 다만 “집 창문이 흔들리고 마당에 나뭇가지 흔들리는 것”보다 태풍이 훨씬 가까이 와 있다는 점 한 가지를 빼고는.
천광암 논설실장 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