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명 인파 몰린 기념 콘서트… 여왕, 거동 불편 이유로 참석 안해 ‘군주제 유지’ 여론 9년새 16%P하락, 18∼24세 청년층은 33%만 찬성 여왕 건강 악화… 폐지 논의 불붙을듯
“여왕을 존경하지만 그의 사후(死後)에도 군주제가 유지돼야 할지는 의문입니다.”
4일 영국 런던 버킹엄궁 앞에서 만난 20대 대학생 소피아 씨는 왕실과 군주제에 대한 생각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이날 저녁 열린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96) 즉위 70주년 ‘플래티넘 주빌리’ 기념 콘서트에 2만여 명의 인파가 몰렸지만 정작 주인공인 여왕은 고령에 따른 거동 불편을 이유로 참석하지 못했다. 2일부터 5일까지 4일간 열린 플래티넘 주빌리 행사에서 여왕은 행사 첫날인 2일에만 등장했을 뿐 3, 4일 양일간 불참했다. 여왕의 건강 악화로 군주제 폐지 논의가 활발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돈 문제에서도 자유롭지 않다. 이날 버킹엄궁 근처에서 만난 또 다른 시민 케이든 씨는 “내 세금으로 왕실 가족이 호의호식하는 것이 싫다”고 직설적으로 말했다. 왕실 일가가 쓰는 돈 ‘왕실 교부금(sovereign grant)’은 2012년 3240만 파운드였지만 지난해는 세 배에 가까운 8630만 파운드(약 1350억 원)로 급증했다.
4일 콘서트에 참석한 왕위 계승 서열 1위 찰스 왕세자는 여왕을 향해 “우리와 함께 울고 웃으며 70년간 그 자리를 지켜주셨다. 당신은 역사를 쓰고 계신다”고 찬사를 보냈다. 그는 이날 여왕을 ‘엄마(mummy)’, 지난해 타계한 부친 필립공을 ‘아빠(papa)’라고 불러 관중의 환호를 받았다. 왕실은 여왕이 인기 곰 캐릭터 ‘패딩턴 베어’와 차를 마시며 농담을 나누는 동영상도 공개했다.
런던=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