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로3가, 신한카드역입니다.” 올해 1월 서울지하철 을지로3가역 이름이 신한카드에 팔렸다. 낙찰가는 역대 최대인 8억7000만 원. 을지로3가역은 승하차 인원만 월 160만 명이다. 신한카드는 역내와 열차 내 안내방송을 통해 신한카드역 이름을 듣는 사람이 월 300만 명 이상일 것으로 보고 있다. 확실한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교통공사가 전국 지하철역 수송 인원 1위인 강남역과 시청역, 을지로입구역, 여의도역 등 주요 역 이름을 판매한다. 서울지하철 1∼8호선 50개 역이 대상이다. 입찰 대상은 역에서 1km 이내의 기관과 기업이다. 낙찰되면 3년간 기관 이름을 부(副)역명으로 표기한다. 여러 기관이 같은 가격을 제시하면 공익기관 학교 의료기관 기업 다중이용시설 순으로 낙찰된다.
▷역명 병기는 지역 이미지에 영향을 주는 만큼 주민들의 관심이 높다. 교육기업 에듀윌은 2020년 노량진역을 사들이려 했으나 학원이 노량진 대표 시설이 아니며 홍보 성격이 너무 짙다는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실패했다. 비싼 금액에 낙찰되는 역명은 대부분 기업들 차지다. 을지로3가역 다음으로 비싼 역은 역삼역(센터필드·7억5000만 원) 을지로4가역(BC카드·7억 원) 을지로입구역(IBK기업은행·3억8100만 원) 신용산역(아모레퍼시픽·3억8000만 원) 순이다.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대목 중 하나는 서울 대중교통이다. 청결하고 정확한 데다 요금까지 저렴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면에서 운영 기관의 부채가 쌓이면 결국 시민들의 세금으로 적자를 메울 수밖에 없게 된다. 서울교통공사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승객 수가 크게 줄면서 올해 적자가 1조 원 안팎으로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공사가 한동안 중단했던 역 이름 판매 사업을 지난해 다시 시작한 이유다. 서울시는 버스업계 만성 적자를 타개하기 위해 올해 하반기 버스정류소 이름도 판매한다고 한다. 이런 노력들이 시민 부담을 줄이면서도 서울 대중교통의 명성을 지켜내는 도우미 역할을 해내길 기대한다.
배극인 논설위원 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