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부족 상황서 냉방수요 커져 “더운 나라 빈곤-고령층 생명 위기” 佛-日-英, 전기료 24∼54% 인상… 韓도 수요 급증… 지난달 ‘5월 최대’
동아DB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이에 따른 서방의 러시아 제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수요 급증과 이상(異常)기후가 겹쳐 올여름 세계적인 전력난과 전기료 폭등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4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세계 발전소들은 전쟁과 가뭄, 공급난으로 수십 년 만의 위기를 맞닥뜨릴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여름철 냉방 수요가 커지는 북반구는 전력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것으로 예측돼 많은 생명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것. 블룸버그는 “적도 근접 지역 거주자나 빈곤층, 고령층일수록 취약하다”고 전했다.
폭염은 봄부터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인도 남부와 파키스탄 일부 도시는 한낮 최고기온이 50도를 넘어섰다. 폭증하는 전기 수요를 감당하지 못한 남아시아 여러 국가에서는 정전이 반복돼 약 10억 명이 피해를 입고 있다. 인도 정부는 전체 28개 주 가운데 16개 주에서 7억 명 이상이 하루 2∼10시간 정전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고유가로 세계 주요국들이 잇따라 전기요금을 올렸다. 프랑스는 2월 24.3%, 영국은 4월 54%를 각각 인상했다. 일본도 지난해부터 누적 34.6%를 올렸다. 산타누 자이스왈 블룸버그 애널리스트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러시아 제재로 인한 에너지 수요 및 공급 교란, 극단적 날씨와 억눌렸던 수요 폭발 등이 전례 없이 한꺼번에 겹쳤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최근 전력 수요가 급증해 안정적인 전력 수급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전력 수요는 5월 기준 역대 최고였다. 전력 공급예비율(공급 전력 중 사용 후 남은 전력 비율)도 지난달 23일 기준 12.4%까지 떨어져 연중 최저를 기록했다. 업계에선 안정적인 전력 공급 기준을 통상 예비전력 1만 MW(메가와트), 공급예비율 10% 정도로 보고 있다.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면 공급예비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질 수도 있다. 공급예비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진 지난해 7월 전국에 비상이 걸렸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세종=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