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가 이끄는 금융 빅뱅 ‘자이낸스’]〈3〉Z세대발 금융혁신 가속화
NH비전타운
5일 오후 메타버스 플랫폼 로블록스에 마련된 가상의 금융타운 ‘NH비전타운’에 들어서자 여러 명의 아바타가 분주하게 보물을 찾고 있었다. 곳곳에 흩어져 있는 대체불가토큰(NFT) 보물을 찾으면 ‘NH코인’으로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기자가 키보드 방향키로 아바타를 움직여 보물을 찾은 뒤 타운 내 NH농협은행 영업점을 방문하자 은행원 아바타가 NH코인을 줬다. 건너편 NH투자증권 지점에선 이 코인으로 주식, 금, 원유 등에 모의투자를 할 수 있었다. 기자가 한국과 미국 주식을 3주씩 사들이자 30분 뒤 주가가 올라 2%의 수익이 생겼다. 이곳은 NH농협금융지주가 Z세대와의 소통을 강화하고 미래 금융 채널로서 메타버스를 실험하기 위해 구축한 공간이다.
3차원 가상세계인 메타버스와 가상현실(VR), 인공지능(AI) 등 신기술을 기반으로 새로운 금융 서비스와 채널을 선보이려는 금융권의 실험이 가속화되고 있다. Z세대가 이끄는 미래 금융을 선점하기 위해 금융사들이 디지털 금융 혁신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 메타버스 영업점에서 모의 투자하고 금융 상담도
KB메타버스VR브랜치
우리메타브랜치
○ “메타버스, 모바일뱅킹 이어 대세될 것”
새로운 금융 상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는 AI 기술이 다방면으로 활용되고 있다. AI가 빅데이터 분석이나 행동, 습관 인식 등을 통해 개성을 중시하는 Z세대의 특성에 맞춰 ‘맞춤형’(초개인화)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다.카드사들은 AI로 Z세대의 소비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 혜택이나 상품을 추천해주는 ‘AI 마케팅’을 도입했다. 보험사들은 운동과 건강에 관심이 많은 Z세대를 겨냥해 AI가 운동 모션을 인식해 자세를 교정해주거나 맞춤형 건강정보를 제공하는 ‘AI 헬스케어’ 플랫폼을 만들었다. 삼성생명의 ‘더헬스’, 신한라이프의 ‘하우핏’ 등이 대표적이다.
신한은행 AI 은행원
다만 금융사들이 혁신적인 서비스를 내놓기 위해선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장은 “망 분리 등 보안 규제를 정비해 다양한 디지털 혁신이 일어나도록 물꼬를 트는 게 중요하다”며 “금융이 다른 산업, 기술과 결합하도록 장애물을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래 농협은행 디지털금융부문 부행장은 “실제 금융 거래를 메타버스에서 어떻게 구현할지 기술적, 제도적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