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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년전 태극기 준 한국해병 찾습니다” 美 6·25참전용사 사연

입력 | 2022-06-07 11:05:00

국가보훈처 유튜브 채널 영상 캡처


“71년 전 일이라 그때 그 친구가 20세였어도 이제 91세일 텐데, 그가 살아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미국 해병대 소속으로 6·25 전쟁에 참전했던 한 남성이 71년 전 대구에서 자신에게 태극기를 선물한 전우를 찾고 있다.

7일 국가보훈처는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짐 란츠(James LANTZ·90) 씨가 1951년 대구에서 만난 한국 해병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란츠 씨는 1950년 11월부터 1951년 11월까지 미 해병대원으로 6·25 전쟁에 참전했다. 그는 일본을 거쳐 원산항으로 입항했고 장진호 전투 등에 참전했다.

란츠 씨는 1951년 봄 대구에서 약 2주간 머물 때 태극기를 선물한 해병을 만났다. 당시 한국 해병대원 20~30명이 미 해병대와 합류했다.

란츠 씨는 이 중 한 해병과 다른 나라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란츠 씨가 한국 해병에게 “일본군은 왜 한국으로 와서 참전하지 않느냐”고 묻자, 그 해병은 한국 역사에 대해 설명했다. 한국 해병도 란츠 씨에게 미국에 대해 물었다고 한다.

이후 란츠 씨의 부대가 다른 곳으로 이동하게 되자 한국 해병은 “기억에 남는 선물을 주고 싶다”며 가방에서 태극기를 꺼내 건넸다.

국가보훈처 유튜브 채널 영상 캡처

란츠 씨는 “그 태극기를 지난 71년 동안 참전의 경험을 기억하는 기념품으로 간직했다”며 “내가 그에게 미국 국기를 주지 못한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에게 태극기를 준 해병에 대해 친절한 인상에 영어를 잘했다는 것만 기억난다며 “그 친구가 그때 20세였다면 이제 91세일 테니 살아있길 바랄 뿐”이라고 했다.

란츠 씨는 지난 4월 해외의 6·25 전쟁 참전 용사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는 ‘평화의 사도’ 메달을 받으면서 주로스앤젤레스 총영사관에 이 같은 사연을 전했다. 이에 주LA 총영사관과 국가보훈처는 협업으로 ‘태극기 해병 찾기 캠페인’에 나섰다. 보훈처는 란츠 씨의 사연이 담긴 영상을 홈페이지와 유튜브 채널 등에 공개하고 관련 제보를 기다리고 있다.

보훈처는 란츠 씨에게 태극기를 건넨 우리 해병을 찾을 경우 두 사람이 직접 만나는 자리도 마련할 계획이다.

박민식 보훈처장은 “전쟁터에서 태극기가 맺어준 아름다운 사연을 널리 알려 한국 참전용사를 찾는 데 적극 나설 것”이라며 “작은 단서라도 알고 계신 분은 연락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전했다.

란츠 씨가 찾는 해병대원에 관한 제보는 보훈처 통합 콜센터(1577-0606)나 이메일(lmj1048@korea.kr)로 하면 된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