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의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은 팀 내 마무리를 맡고 있는 장시환(35)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4일 키움과의 안방 경기에서 팀이 3-1로 앞서던 9회초 1사 1루에서 등판한 장시환이 키움 전병우에게 동점 홈런을 맞고 시즌 첫 블론 세이브를 기록한 이후 인터뷰 자리에서였다. 수베로 감독은 “시즌 전 장시환이 11세이브를 기록할지 누가 예상했겠나. 이미 충분히 잘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즌 초반만 해도 장시환은 불운의 아이콘이었다. 한화 선발투수였던 그는 지난해 11패 1홀드 평균자책점 7.04를 기록했다. 1승 없이 2020시즌 막판 2연패를 한 것을 더해 개인 연패 기록은 ‘13’으로 늘어났다.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장시환은 결국 선발 자리를 내려놨고 불펜으로 보직을 바꿔 2경기를 뛰고 1홀드를 추가한 뒤 시즌을 마쳤다. 올해는 시작부터 불펜투수였는데, 두 번째 등판경기인 4월 5일 KIA와의 방문경기에서 패전을 기록해 개인 연패 기록이 14까지 늘었다. KBO리그 역대 최다 연패 기록으로 남아있는 심수창의 ‘18연패’(2009~2011)도 가시권으로 들어왔다.
불명예 기록이 눈앞이지만 장시환은 요즘 칭찬받고 있다. 4일 시즌 첫 블론 세이브를 하기 직전까지 11번 연속 세이브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올 시즌 성적(6일 현재)은 1패 11세이브 2홀드 평균자책점 3.71이다. 두 자리 수 세이브와 3점대 평균자책점 모두 KT에서 뛰던 2015년 이후 7년 만이다. 세이브는 KT 마무리 김재윤과 공동 6위다.
아무도 예상 못한 성적표다. 시즌 초반만 해도 장시환에게 불펜은 도피처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4월 말 마무리 정우람(37)과 정우람의 후계자로 꼽힌 강재민(25)이 동시에 부상으로 이탈하자 마무리 경험이 있고 빠른 공(패스트볼 평균구속이 147km)을 던지는 장시환에게 임시 마무리 역할이 주어졌다. 팀 승리를 책임지는 마무리가 연전연패를 안긴 선발만큼 부담이 될 법 했지만 장시환은 제 옷인 양 기대 이상의 역할을 했다.
아직 ‘승리’가 없어 연패 기록에 마침표가 찍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장시환도 연패 트라우마는 떨쳐낸 모습이다. “지난시즌을 마친 뒤 선수생활을 마무리해야 하나 고민한 적이 있다”고 한 장시환은 “보직변경 이후 잡생각을 버리며 공을 던지고 있는데, 자연스럽게 성적도 따라오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덧붙여 “연패를 하며 선수생활의 밑바닥을 경험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세이브 기록 앞자리를 ‘2’로 만들어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배중 기자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