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인천 계양을)이 7일 국회에 첫 등원하며 본격적인 ‘여의도 정치’의 첫발을 내디뎠다. 6·1지방선거 참패 책임론 속 침묵을 이어 온 이 의원은 이날도 짤막한 출근 소회만 밝힌 채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도 차기 전당대회 출마 여부에 대해선 가능성을 열어둬 출마 불씨를 살려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의원은 이날 오전 9시 40분쯤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818호에 첫 출근을 했다. 교통 체증 등으로 당초 예고됐던 오전 9시 출근보다 늦게 모습을 드러냈다. 무거운 표정으로 50여 명의 취재진 앞에 선 이 의원은 허리 굽혀 인사한 뒤 “국민의 충직한 일꾼으로서, 또 대한민국 헌법기관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첫 소감을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패배 책임론과 관련한 질문엔 “국민들과 당원, 지지자 여러분들의 의견을 낮은 자세로 겸허하게 열심히 듣고 있는 중”이라고만 답했다. 친문(친문재인) 진영과의 계파 갈등을 어떻게 수습할지 묻는 질문에는 “정치인들이 이합집산하면서 정치하는 것처럼 보여도 결국은 국민들이 정치한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며 즉답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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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많은 관심이 모이는 8월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아직 제가 국회 0.5선, 초선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고 해야 될 일이 상당히 많이 있다”면서도 “아직까지 전당대회 부분에 대해선 시간이 많이 남아 있어서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했다. 당 안팎의 거센 반대를 의식한 듯하면서도 가능성을 완전히 부인하지 않고 열어둔 것.
이 의원은 “오늘은 제가 참여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이날 오후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도 불참했다.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과정에서 책임론이 불거질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날 민주당 이상민 의원은 YTN 라디오에서 “대선 패배를 한 장본인이고 또 본인이 둘러싸고 있는 여러 의혹을 말끔히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며 “그런 견지에서 전당대회의 당 대표 출마는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며 이 의원의 전당대회 불출마를 강하게 주장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다만 당내에선 이 의원의 전당대회 도전은 정해진 수순이란 분위기다. 야권 관계자는 “막상 전당대회 시즌이 가까워지면 대선 과정에서 확고해진 이 의원의 강성 지지층 입김이 상당히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실제 이날도 지지자 10여 명이 의원회관 앞에 모여 이 의원의 첫 등원길에 축하 꽃다발을 전달했다. 국회 정문에는 이 의원의 ‘경력직 신입 국회의원’ ‘이재명 의원 국회 입성 축하’ 등 문구가 적혀 있는 화환 60여 개가 늘어서기도 했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