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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K-유통’… 빌려쓰던 해외브랜드 인수하거나 본고장 역진출

입력 | 2022-06-08 03:00:00

‘K-컬처’ 열풍 등에 업은 유통업계, 높아진 인지도로 글로벌사업 확장



프랑스 파리 오스만가에 위치한 리나스 매장. SPC그룹 제공


SPC그룹이 프랑스 샌드위치 전문 브랜드 ‘리나스’ 본사를 인수한다고 7일 밝혔다. 2002년 마스터 프랜차이즈(현지 가맹사업 운영권) 형태로 국내 도입한 지 20년 만이다. 이번 인수로 유럽 사업 확대는 물론 전 세계 파리바게뜨 매장과 연계해 북미, 동남아시아 등에서도 입지를 넓힌다는 계획이다. 잭 모란 SPC그룹 글로벌전략총괄 부사장은 “리나스가 30년 이상 축적한 현지 노하우를 활용해 글로벌 시장 개척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유통업계에서는 로열티를 지불하고 빌려 써왔던 해외 브랜드를 인수하거나 브랜드의 본고장에 역진출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K-컬처’ 열풍으로 높아진 해외 인지도를 바탕으로 국내 시장은 물론 글로벌 사업까지 직접 운영하려는 기업들이 많아진 것이다.
○ 브랜드 ‘본고장’ 진출부터 본사 인수까지

7일 SPC그룹에 따르면 이번 리나스 본사 인수는 유럽지주회사인 ‘SPC유로’가 리나스 본사 지분 100%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각국 매장은 물론 본사 기술력과 현지 노하우까지 전부 확보하게 된다. 리나스는 1989년 파리에서 시작한 브랜드로 현재 프랑스, 한국, 콜롬비아, 레바논 등 4개국에서 운영되고 있다. SPC그룹은 프랑스 리나스를 샌드위치 연구개발 거점으로 삼고 현지 개발된 인기 제품을 파리바게뜨 등 전 세계 매장에서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K-푸드보다 먼저 위세를 떨친 뷰티업계에서도 역진출이 활발하다. 한국콜마는 지난달 미국콜마로부터 글로벌 상표권 ‘콜마(KOLMAR)’를 사들였다. 미국콜마는 1921년 설립된 콜마 원조 기업으로 국내 뷰티업계서 글로벌 본사 상표권을 인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업체 코스맥스도 최근 본고장인 일본 아라바키현 반도시에 1만6000m²(약 5000평) 규모 공장용지를 계약하며 역진출에 나섰다. 코스맥스의 전신은 1992년 일본 화장품 ODM 업체 ‘미로토’와 기술 제휴를 통해 출발한 ‘한국미로토’다.
○ 넓어진 글로벌 입지로 해외 사업 확대

역진출이 가능해진 배경엔 국내 기업들이 한류를 바탕으로 끌어올린 글로벌 인지도가 있다. 한국콜마는 수년간 미국, 일본 등 3국 콜마 중 가장 높은 매출을 내며 시장 입지를 다졌고, 코스맥스는 최근 일본에 불어온 한류 붐에 제품력까지 인정받으며 ‘원조 화장품 강국’에 진출했다.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화장품 수출액은 91억8000만 달러(약 11조5000억 원)로 전년보다 21% 이상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SPC 관계자는 “한국식 디저트를 앞세운 파리바게뜨 매장이 국내외 4000여 개까지 확대되고 쉐이크쉑 등 해외 브랜드를 국내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운영 능력을 인정받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국내 업체들은 이번 인수나 시장 진입을 토대로 글로벌 사업을 적극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한국콜마 관계자는 “미국콜마가 기존 상표권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해외 진출 시 다른 브랜드명을 검토·등록하는 데만 6∼22개월 걸렸다”며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절약해 빠르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콜마는 미국 뉴저지에 북미기술영업센터를 연내 가동하고 동남아·중동시장 개척을 위한 싱가포르 법인도 설립할 예정이다. 코스맥스 관계자는 “해외 사업을 꾸준히 강화해 업계 글로벌 1위에 오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