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시공단 갈등 현장 가보니 먹자골목 1층도 점심시간에 썰렁, 중개업소 “가게 내놓는 점포 줄이어” 어제 타워크레인 철거 일단 보류, 갈등 골 깊어 합의 도출 쉽지않아
공사비 증액을 둘러싼 조합과 시공사업단 간 갈등으로 4월 15일부터 공사가 중단된 둔촌주공 재건축 현장. 뉴시스
2일 찾은 서울 강동구 성내동의 먹자골목.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장 바로 건너편에 있는 이곳은 평일 낮인 점을 고려해도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긴 모습이었다. 지하철 5호선 둔촌동역에서 걸어서 1분 거리에 있는 백반집은 먹자골목 초입의 1층 점포인데도 점심시간에 손님이 딱 2명뿐이었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2017년부터 장사하던 백반집인데 주인이 최근 가게를 내놨다. 다른 점포도 임차인을 구해달라는 전화가 계속 온다”며 “상인들이 둔촌주공 입주만 바라보다가 공사가 중단되자 ‘더는 못 버티겠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재건축 조합과 건설사(시공사업단) 갈등으로 4월 15일 둔촌주공 공사가 중단된 지 두 달 가까이 접어들며 인근 상권까지 흔들리고 있다. 시공단 측이 당초 7일 타워크레인을 철거하려다 보류했지만 중재안 수용은 어렵다는 입장이어서 공사 중단이 장기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둔촌주공은 이번 재건축 전에도 143개동 5930채 규모로 미니 신도시급 대단지여서 일대 상권을 지탱하는 버팀목이었다. 재건축 사업이 시작된 뒤엔 주민들은 이주했지만 현장 근로자 4000여 명이 상권을 떠받쳤다. 하지만 공사 중단 뒤 근로자까지 일제히 철수하며 인근 식당들은 벌써 두 달 가까이 제대로 된 수입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인근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박모 씨(34)는 “공사 기간 장사하려고 약 49m²(15평) 남짓한 가게에 권리금을 1억 원 넘게 주고 들어온 상인들이 꽤 되는데 손해가 막심하다”며 “계약기간이 남아서 장사를 무작정 접을 수도 없고 난감하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인근 상인 피해가 확산되고 있지만 시공사업단과 조합의 갈등은 여전히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시공사업단은 서울시 요청을 받아들여 7일 예정됐던 타워크레인 철수를 보류했지만 ‘크레인 업체와 협의해 이번 주 이후 해체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갈등이 길어질수록 피해를 보는 것은 조합원들과 주변 상인, 둔촌주공 분양을 기다리는 무주택자들”이라며 “조합과 시공사업단이 ‘강 대 강’ 싸움을 멈추고 협상 테이블에 적극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