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경남 창원의 한 터널. 적재중량 5t짜리 화물차가 인화물질 8t을 싣고 질주하고 있었다. 이 차는 시속 118km로 달리다가 브레이크가 터지는 바람에 터널 출구 근처의 중앙분리대를 들이받고 폭발했다. 3명이 사망했다. 이 사고를 계기로 화물차의 고질적인 과속·과적의 이면에는 낮은 운임이 자리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 결과 컨테이너와 시멘트를 실어 나르는 화물차 차주에 한해 2020년부터 3년간 최저 운임을 고시하는 ‘안전운임제’가 도입됐다.
▷안전운임제 시행 이후 수출용 컨테이너를 왕복 200km 운반하는 차주가 받는 운임은 2020년 말 29만9096원에서 올 4월 38만6300원으로 올랐다. 보험료, 지입료, 유가 상승분이 원가에 그때그때 반영된 덕분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산하 화물연대가 올해 말 일몰이 도래하는 안전운임제 상설화를 주장하며 어제 총파업에 돌입했다. 유가가 폭등하는 상황에서 화물업계의 최저임금인 안전운임이 폐지되면 생계에 위협을 받는다는 것이다.
▷화주인 기업은 안전운임제를 상시 운영하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시멘트 화물 차주의 순수입은 424만 원으로 2년 전의 2배로 뛰었고 일하는 시간은 11%가량 감소했다. 반면 2020년의 과속 단속 건수는 전년에 비해 소폭 증가했다. 일하는 사람의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나아진 반면 화물차의 안전도가 개선됐는지는 단언하기 어렵다.
▷화물연대 파업은 안전운임제 논란의 해법이 될 수 없다. 고물가에 갇힌 한국 경제에 철강 대란, 시멘트 대란으로 고통을 더할 뿐이다. 노사정은 안전운임제 실험의 결과를 테이블에 올린 뒤 차주와 기업, 소비자가 모두 동의할 수 있는 객관적인 논의를 해야 한다. ‘떼쓰기’ 식으로 제도가 결정돼선 안 된다. 호주는 과거 도로안전운임제를 중단하면서 “안전을, 운임 법제화로 해결하려 들지 말라”며 운전 자격을 강화하고 운전자의 연령대를 낮추는 것을 대안으로 들었다. 우리 논의 과정에서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홍수용 논설위원 leg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