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백악관에서 만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방탄소년단(BTS). 사진 출처 BTS 트위터
하지수 서울대 의류학과 교수
요즘 한국 젊은이들의 패션감각과 외모는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다. 방탄소년단이 근사한 ‘슈트빨’로 미국 백악관을 방문하는 등 글로벌 주요 무대를 누비는 모습은 특히 인상적이었다. 슈트를 차려입으면 더욱 멋져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제 교복을 벗고 슈트를 입어야 하는 아들과 함께 쇼핑으로 하루를 보냈다. 20벌도 넘는 슈트를 입어보고 슈트에 어울리는 셔츠, 타이, 양말, 구두, 벨트를 찾아 바쁘게 돌아다녔다. 쇼핑 내내 슈트를 착용할 때 주의할 점, 눈여겨봐야 하는 디테일에 관해 대화도 나누었다.
‘셔츠는 원래 남성의 속옷에서 시작한 아이템이므로 셔츠 안에는 아무것도 착용하지 않아야 하며, 공적인 자리에서 재킷을 벗는 것은 예의에 어긋날 수 있으니 반드시 일행에게 동의를 구하고 벗는 것이 중요하다’ ‘셔츠 칼라의 형태와 스프레드(spread)를 유의 깊게 살펴 선택해야 하는데, 이유는 타이의 너비와 매듭의 형태와 관련 있기 때문이다’ ‘양말은 특별한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면 팬츠와 같은 색상을 선택해야 한다’ 등의 조언을 한 것으로 기억한다. 아들은 이 쇼핑 이후로 패션에 관한 나의 조언에 열심히 귀를 기울인다.
현대 남성의 대표 의복인 슈트의 형태는 17세기 말을 지나면서 현재와 같은 틀을 갖췄다고 보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코트, 웨이스트 코트(조끼), 팬츠, 셔츠, 타이로 구성된 슈트는 이후 2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진화해 왔다. 이 시기 상류 계급 남성들은 과거보다 편안하고 간편하면서도 정직하고 실용적인 이미지를 추구했다. 19세기에는 새로운 테일러링 기술로 장식을 배제하되 남성의 완벽한 신체를 재현한 듯한 코트 형태를 구현할 수 있게 되면서, 기본 재질과 구성에 집중하는 미학이 존중받았다. 남성 슈트에 적용된 이 모던 미학은 모직물을 사용해 제작하는 테일러링의 전통에 기반한다. 이런 슈트를 똑같이 차려입고 남성들이 모여 있는 광경을 보면 모두가 비슷하게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흰색 타이에 검정 테일 코트(연미복)를 차려입고 무리지어 있는 남성들을 가만히 관찰하다 보면, 어느 순간 똑같은 의복은 더 이상 눈에 띄지 않고 개인의 개성이 오히려 도드라져 보이기 시작한다.
하지수 서울대 의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