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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 거래 척척 ‘뉴시니어’ 늘었지만… ‘키오스크 난감’ 고령층도 많아

입력 | 2022-06-08 03:00:00

[Z세대가 이끄는 금융 빅뱅 ‘자이낸스’]〈4〉고령층 ‘디지털 디바이드’ 심화
카뱅 60대 이상 고객 3년새 3배 ↑
코로나이후 은행점포 폐쇄 가속




#1. 20년 동안 주식 투자를 해온 임모 씨(64)는 2년 전 증권사 애플리케이션(앱)을 깔아 비대면 거래를 시작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증권사 지점 방문이 어려워진 탓이다. 임 씨는 “지점 방문이나 전화로 거래할 땐 수수료가 0.25∼0.45%였는데 앱으로 하니 수수료가 거의 없다. 진작 하지 않은 게 후회된다”고 했다.

#2. 김모 씨(82)는 최근 송금을 하기 위해 동네 은행 영업점을 방문했다가 허탕을 쳤다. 30년 넘게 다닌 영업점이 최근 디지털 기기만 놓여 있는 디지털 점포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김 씨는 “도와주는 직원이 한 명뿐이라 오래 걸리고 설명을 들어도 이해가 안 됐다”고 했다. 그는 결국 도보로 30분 떨어진 옆 동네 지점으로 은행을 옮겼다.

Z세대의 등장과 코로나19 확산이 디지털 금융 혁신을 가속화한 가운데 60대 이상 금융소비자들 사이에선 ‘디지털 디바이드’(정보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 핀테크를 적극 이용하는 뉴시니어가 있는 반면 변화를 쫓아가지 못하는 고령층도 많아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인터넷은행·핀테크에서 뉴시니어 급증

7일 금융권에 따르면 3월 말 현재 카카오뱅크의 60대 이상 고객은 84만 명으로 2019년 말(26만 명)에 비해 3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이 기간 카카오뱅크의 고객 수 증가율은 전 연령층을 통틀어 60대 이상에서 가장 높았다.

모바일 금융 플랫폼 토스에서도 60대 이상 고객 비중이 2019년 말 6.3%에서 올 4월 말 10.1%로 늘었다. 최신 금융 트렌드를 따라가는 뉴시니어의 등장으로 인터넷전문은행과 핀테크를 이용하는 고령층이 늘고 있는 것이다.

Z세대와 달리 고령층은 그동안 비대면으로 금융정보를 제공하는 데 거부감이 컸지만 각종 금융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이점 때문에 인터넷은행과 핀테크를 적극 이용하고 있다. 이모 씨(63)는 올 초 숨어 있는 돈을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카카오뱅크 앱을 깔았다. 이 씨는 카카오뱅크의 ‘휴면예금·보험금 찾기’ 서비스를 통해 실제로 휴면예금 20만 원을 찾았다.

박모 씨(61)도 30대 딸의 소개로 토스뱅크에 가입한 데 이어 세금 신고·환급 플랫폼 ‘삼쩜삼’에서 세금을 돌려받았다. 박 씨는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건 아닌지 걱정했는데 막상 이용해보니 혜택이 많아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에 대면 서비스 위주였던 프라이빗뱅킹(PB) 시장에도 디지털 바람이 불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비대면 PB 서비스인 ‘디지털PB 하이디’를 새로 선보였다. 신한은행도 자산 3억 원 이상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자산관리 컨시어지 뱅킹’에 화상 상담을 하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PB 시장의 주 고객층인 50대 이상에서 비대면 거래에 대한 요구가 커졌다”고 했다.
○ 디지털 금융 사각지대 여전

하지만 여전히 디지털·비대면 금융의 사각지대에 놓인 고령층이 많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은행들이 점포 폐쇄에 속도를 높이면서 고령층 등 취약계층이 큰 불편을 겪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은행 점포는 6094개로 1년 새 311개 줄었다. 2018년만 해도 문 닫은 점포는 23개였는데 지난해는 하루 1개꼴로 사라진 셈이다.

은행들은 디지털 점포를 설치하고 안내 직원을 둬 고령층의 불편을 줄이겠다는 방침이지만 디지털 점포에 설치된 키오스크 이용이 힘들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최근엔 두 은행이 하나의 영업점을 공유하는 공동점포나 편의점, 슈퍼마켓에 영업점을 두는 대안점포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고령층이 주로 이용하는 서비스 위주로 앱 화면을 단순화하거나 고령층에게 수수료 면제 같은 혜택을 주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디지털·비대면 금융이 거스를 수 없는 추세인 만큼 디지털 디바이드를 해소할 혁신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교수는 “퇴직한 금융 인력 등을 활용해 고령층을 대상으로 디지털 금융 교육이 필요하다”고 했다. 일본처럼 우체국이나 유통·통신사 등 비금융사가 은행과 제휴해 예금, 대출 같은 금융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송혜미 기자 1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