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집회 허용 판결에 방침 변경 대규모 집회는 “법원결정 보고 판단”
경찰 질서유지선 설치된 용산 대통령실 인근 도로. 뉴시스
대통령 집무실 반경 100m 내 집회 금지 기조를 유지하던 경찰이 7일 “집무실 앞에서도 500인 이하 집회는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법원이 경찰의 금지 방침을 뒤집고 잇달아 집회 허용 결정을 내리자 서울행정법원의 본안 소송 결과까지 기다려보겠다던 기존 방침을 뒤집은 것이다.
서울경찰청은 이날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사법부의 결정을 존중해 ‘전쟁기념관 앞 인도상 소규모 집회’ 등 법원에서 제시한 범위 내 집회에 대해 개최를 보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경찰은 대통령 집무실에서 약 20m 떨어진 건너편 전쟁기념관 부지 앞 인도에서 500명 이하가 참석하는 집회까지는 허용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당초 경찰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따라 100m 이내 집회가 금지된 ‘대통령 관저’에 ‘대통령 집무실’도 포함된다고 보고 집회 신청이 오면 금지 통고를 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시민단체 등에선 “법을 자의적으로 확대 해석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그럼에도 경찰은 “본안소송까지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이를 두고 경찰 내부에서도 “법원 결정에 따른 부담이 크다”, “본안 소송까지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데 소모적인 소송이 반복되니 합리적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결국 경찰은 현재까지 법원의 판단을 볼 때 본안 소송에서도 원하는 결과를 얻기 힘들다는 판단을 내리고 7일 기존 방침을 철회하기로 했다. 경찰청은 다음 달 2일 신고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노동자대회 개최 여부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나오면 집무실 인근 대규모 집회에 대한 최종 대응 방침을 밝힐 예정이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