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파업] 16곳서 파업 출정식… 9000명 참여 ‘화물차 안전운임제 연장-확대’ 요구 정부, 엄정대응 강조… 장기화 우려… 금속노조도 7월 총파업 예고
쌓여있는 컨테이너, 물류 비상 7일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경기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 앞 도로에 모여 총파업 출정식을 열고 있다. 이날 조합원 9000여 명이 집회에 참여했다. 파업 첫날부터 시멘트, 철강, 주류 등의 업종에서 운송 차질이 빚어졌고, 전국 항만의 컨테이너 반출입량이 줄었다. 의왕=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7일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갔다. 새 정부 출범 후 첫 대규모 파업에 정부가 원칙에 따른 엄정 대응을 강조하면서 파업이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화물연대는 이날 오전 경기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 부산 신항, 전남 광양항 등 전국 16곳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열었다. 이들은 정부에 “화물차 안전운임제 일몰을 폐지하고 전 차종·품목으로 확대하라”고 요구했다. 화물연대가 파업 사유로 든 안전운임제는 유류비 등을 반영한 최저운임제로 올해 말 일몰 예정이다. 출정식 종료 후 전국 산업단지와 공장 등에서 집회가 이어졌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9000여 명이 집회에 참여했다. 국토부가 추산하는 화물연대 조합원(약 2만2000명)의 약 40%다.
파업 첫날부터 쌍용C&E, 한일시멘트 등 국내 7대 시멘트사와 현대제철, 포스코 등 주요 철강사는 제품 출하와 운송에 차질을 빚었다. 하이트진로 등 유통업계도 제품 출고에 어려움을 겪었다. 전국 12개 항만의 하루 컨테이너 반출입량은 전날 대비 28% 감소했다. 울산 남구 석유화학단지에서는 경찰과 몸싸움을 벌인 화물연대 조합원 4명이 체포됐다.
이번 파업을 시작으로 노동계의 하투(夏鬪)도 본격화할 예정이어서 새 정부의 노동정책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노총은 다음 달 2일 서울에서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고, 민노총 산하 전국금속노동조합은 7월 총파업을 예고했다.
시멘트 출하 90% 급감… 철강운송 막혀 車-조선 ‘도미노 타격’ 우려
화물연대 16곳 파업 9000명 참여
화물연대, 제철소 주변 출입 막아서 포스코 하루 3만5000t 출하 차질
오비맥주 위탁업체 차주 파업 동참, 하이트진로 공장 앞엔 검문검색도
화물연대 “무기한 총파업” 민노총 화물연대 부산지부가 7일 오전 부산 강서구 부산신항 삼거리에서 파업 출정식을 열고 있다. 화물연대 부산지부는 이날 0시부터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 등을 요구하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출정식에는 주최 측 추산 3000여 명(경찰 추산 700여 명)이 참석했다. 부산=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2. 이날 오후 부산 강서구 부산신항 삼거리 앞. 평소 컨테이너 차량이 한 시간에 1000대 넘게 다니지만 이날은 거의 없었다. 부산 지역 차량 기사 3000여 명이 화물연대 총파업 출정식에 간 데다 비(非)노조원 기사들까지 파업에 동참한 데에 따른 것이다.
화물연대가 총파업에 돌입한 첫날인 7일 전국 산업현장에서 물류 차질이 빚어지면서 피해가 속출했다. 최근 산업계가 공급망 불안과 자재값·물류비 상승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화물연대가 기업을 볼모로 실력 행사를 벌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7일 한국시멘트협회는 “화물연대 파업으로 전국 시멘트 출하량이 평상시 대비 10%대로 급감했다”고 밝혔다. 서울 수색 유통기지와 충북 단양군과 제천시, 강원 영월군 등 주요 시멘트 공장에서도 시멘트 출하가 중단됐다. 레미콘은 재료 특성상 공장마다 1, 2일 치만 생산할 수 있어 가동이 중단되는 공사장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레미콘업체 관계자는 “당장 재고가 없는 공장은 이르면 7일부터 생산이 멈출 수 있다”며 “건설 현장이 성수기인데 골조 공사 현장은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주류 수급도 파업 영향을 받았다. 국내 맥주 1위인 ‘카스’ 등을 생산하는 오비맥주도 위탁 물류업체 소속 화물차주 180여 명이 파업에 동참해 경기 이천, 충북 청주, 광주 등 3곳 공장 맥주 출고량이 평소보다 20% 줄었다.
2일부터 전면 파업에 들어간 하이트진로는 이날 청주공장 가동을 전면 중단(셧다운)했다. 하이트진로 측은 “화물연대가 몰려온다는 소식에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고 했다. 7일 하이트진로 이천·청주공장 출고량이 평소의 38%에 그쳤다. 출고에 차질이 생기자 이천공장에는 주류 도매상 수백 명이 ‘참이슬 조달’을 위해 직접 트럭을 끌고 왔다. 화물연대는 이들의 차량을 세운 뒤 제품을 일일이 확인했다. 한 도매상은 “바쁘고 힘든데 민노총이 무슨 권한으로 검문검색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화물연대는 청주공장으로 온 대체 운송 차량에 수시로 달걀을 던지거나 고성을 질렀다.
화물연대 노조원에 컨테이너 운반차주가 많아 수출입 차질 우려도 커진다. 비조합원까지 대거 파업에 참여한 부산항은 한국 컨테이너 물동량의 75%를 처리한다. 기업들은 화물연대가 대체 차량 운송까지 막아서면 손쓸 방법이 사실상 없다고 우려했다. 한 운수업계 관계자는 “화물연대가 정부에 기선을 제압하려 기업을 볼모로 실력행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울산=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
의왕=이경진 기자 lk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