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소년 범인-흉기’ 새 주장에…이수정 “상당히 설득력 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KBS 갈무리) ⓒ 뉴스1

국내 대표 장기미제사건으로 남은 ‘개구리소년’ 사건의 범인에 대한 추측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많은 관심을 받은 가운데,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가 “상당히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7일 KBS ‘크리스탈 마인드’에 출연해 사건 당시 아이들을 타살한 범행 도구가 길이 측정 공구인 ‘버니어캘리퍼스’라는 한 누리꾼의 주장에 대해 “굉장히 합리적 추론”이라고 평가했다.

개구리소년 사건은 1991년 3월 26일 대구 달서구 성서초등학교에 다니던 다섯 어린이가 도롱뇽 알을 주우러 나갔다가 실종, 11년 만에 마을 근처 와룡산에서 백골로 발견된 사건이다. 당시 경북대 법의학팀은 유골 감정을 통해 ‘예리한 물건 등에 의한 타살’로 결론 내렸지만, 범인은 끝내 잡지 못했고 범행 도구도 찾지 못해 미제로 남았다.

지난 1일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에는 ‘나는 개구리소년 사건의 흉기를 알고 있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의 작성자 A 씨는 범행 도구는 버니어캘리퍼스이며 범인은 동네 불량 청소년들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해당 글은 삭제된 상태다.

개구리소년 사건 피해 어린이 두개골 사진. (대구 달서경찰서) ⓒ 뉴스1

버니어캘리퍼스. 게티이미지뱅크

A 씨는 피해 어린이 두개골 상처 사진을 올리며 “망치로 힘을 적절하게 균일하게 두개골을 뚫지는 않을 정도로, 자국만 남길 정도로 힘을 조절해서 저렇게 여러 개 같은 자국을 남길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 망치처럼 생겼지만 망치만큼 강하지 않은, 그게 버니어캘리퍼스”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사건 당일이 공휴일이었던 점, 다섯 아이를 제압하고 통제할 수 있었다는 점 등을 들어 범인이 버니어캘리퍼스를 들고 다니던 공고·기술고의 불량학생들이며 본드 등 환각제를 흡입한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A 씨의 추측에 대해 이수정 교수는 “둔기로 사망한 사람들 사진을 보면 (두개골 사진이) 저렇게 안 된다. 둔기는 일단 끝이 무디기 때문에 파손의 범위가 크다”며 “(피해 아이들의 두개골을 보면) 조각도 여러 조각이 났다. 모든 함몰 부위가 ‘콕콕’ 찍혀 있다. 버니어캘리퍼스의 날카로운 끝처럼 보일 수 있다는 주장은 설득력 있다”고 말했다.

또 이 교수는 범인이 환각 상태의 불량학생들이라는 추측에 대해 “다섯 명을 이 지경으로 만들려면 합리적인 사고를 하는 동안에는 이런 범행을 하기 어렵다. 애들이 고성을 지를 테니까”라며 “A 씨가 제기한 게 본드였다. 이게 근거 없다고 할 수 없는 게 1991년엔 청소년 비행이 어떤 죄명이 많았느냐면 본드”라고 설명했다.

이어 범인이 다수라는 추측에는 “여러 명이 몇 명을 붙잡고 한 명이 흉기를 휘둘러서 치명상을 입히는 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개구리소년 실종사건 수사 진행 상황. 뉴스1 ⓒ News1

그러면서 이 교수는 “지금이라도 이런 정보가 올라오는 걸 보면 우리가 한 번쯤은 조사의 노력을 해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며 “버니어캘리퍼스로 실제 아이들 두개골에 남은 흔적들이 재현되는지 하는 건 지금의 과학수사 기법으로 충분히 실험해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화성 연쇄살인사건 범인) 이춘재도 공소시효가 종료됐는데 DNA로 검거하다 보니까 억울한 윤 씨는 무죄를 입증할 수 있지 않았느냐”며 “지금 이 조사도 다시 시작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두가온 동아닷컴 기자 ggga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