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오른쪽)와 지방선거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은 정진석 의원(왼쪽)이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지방선거 개표상황실에서 권성동 원내대표가 지켜보는 가운데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준석 혁신위로 시작하는 것 같다.”
정진석 국회의힘 의원이 8일 당 혁신위원회와 관련해 “나머지 분들이 어떻게 채워질지는 두고 봐야겠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준석 대표가 지방선거 다음날인 2일 공천 혁신 등을 추진하기 위해 출범시킨 혁신위의 구성을 지적한 것이다.
정 의원은 구체적으로 혁신위원장으로 임명된 최재형 의원 등을 거론하며 “일단 두 분이 나오는데 이 대표와 아주 가까운 분들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지방선거 직후에 과연 우크라이나를 제일 먼저 달려가는 것이 우선순위였을까”라며 “윤석열 정부를 집권여당으로 든든하게 뒷받침하기 위한 우리의 역할, 노선, 방식, 비전을 토론하는 자리가 우선적으로 마련됐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정 의원은 지난 6일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지도부 측근에게 ‘당협 쇼핑’을 허락하면서 공천 혁신 운운은 이율배반적이지 않느냐고 묻는 이들이 많다”며 “이 대표의 우크라이나 방문이 자기정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8일 국민의힘 대선 후보 당시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진석 국회부의장을 예방하고 있다. 뉴시스
이처럼 정 의원이 최근 이 대표의 행보와 관련해 비판에 나서면서 국민의힘 내부에서 차기 당권을 둘러싼 주도권 쟁탈전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 의원은 “이 대표를 끌어내리려고 한다는 둥 억측으로 연결돼 당혹스럽다”며 선을 긋고 있지만 5선 의원인 정 의원이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으로 분류되는 만큼 친윤 그룹과 이 대표 간의 주도권 싸움의 시작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이번 지방선거 공천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가장 큰 이의제기는 충청남도 공천에서 PPAT(공직후보자 기초자격평가) 점수에 미달한 사람을 비례대표로 넣어달라는 얘기였다”며 “그 사람을 안 넣어주면 충청남도 도지사 선거가 위험하다고 얘기가 들어왔다. 저는 받아들이지 않았고 도지사 선거는 승리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발언은 충남 공주‧부여‧청양이 지역구이며 이번 지방선거에서 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은 정 의원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왼쪽)가 지난 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모처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국민의힘 제공
이 대표와 친윤 그룹의 갈등 국면은 이 대표의 ‘성 상납 의혹’ 등에 대한 당 윤리위원회의 판단에서 분수령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당 윤리위는 이 대표의 성 상납 의혹 등과 관련해 24일 회의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각에선 당 윤리위가 경찰 수사 여부와 상관없이 최근 논란과 관련해 당 품위 훼손 등의 이유로 경고 처분 등을 내릴 경우 이 대표가 당 대표직을 유지하기가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