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영화제 남우주연상 송강호 ‘브로커’ 개봉 맞춰 화상인터뷰 “칸 수상 요정이라니… 운 좋아서일 뿐, 위대한 예술가들과 협업한 게 큰 의미 한번도 ‘넘버1’됐다고 생각한 적 없어”
영화 ‘브로커’의 상현 역으로 3년 만에 국내 관객을 만나는 배우 송강호. 그는 8일 취재진과 만나 “과거로 갈 수 있다면 연기를 시작한 1989년으로 돌아가 나 자신에게 ‘더 잘해서 좋은 배우로 시작하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써브라임 제공
“평범해 보이는 사람이라 쉽게 저를 찾는 거 아닐까요? 우리 삶과 이웃 이야기를 송강호처럼 평범하게 생긴 사람을 통해 하고 싶어 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난달 말 폐막한 칸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해 한국 남자배우 최초로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연기상을 거머쥔 송강호(55)에게는 항상 같은 질문이 따라다닌다. “봉준호 박찬욱 김지운 이창동 등 한국 거장 감독들이 가장 먼저 찾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이다. 그는 남우주연상의 영광을 안겨준 영화 ‘브로커’ 개봉일인 8일 국내 언론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이런 답을 내놓았다. “잘생기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 “내가 운이 좋은 배우라서”라는 말도 덧붙였다. 칸영화제 수상 직후 인터뷰에서 “수상 이후로 달라질 건 아무것도 없다. 변함없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해 오던 그는 이날도 스스로를 낮췄다.
영화 ‘브로커’의 한 장면. CJ ENM 제공
그가 출연한 영화가 개봉한 건 2019년 5월 공개된 ‘기생충’ 이후 3년여 만. ‘브로커’에 이어 그가 출연한 항공 재난 블록버스터 ‘비상선언’이 8월에 개봉될 예정이다. 여자배구단 이야기를 다룬 영화 ‘1승’도 연내 개봉될 가능성이 커 올해 송강호 주연의 영화 세 편을 만날 수 있다. 그는 “2013년에 ‘설국열차’ ‘관상’ ‘변호인’ 3편이 개봉한 적이 있는데 그때 이후 처음”이라며 “팬데믹 때문에 개봉이 미뤄져 몰린 부분이 있는데 기대도 되고 부담도 된다”고 말했다.
칸영화제 수상 이후 일부에서는 1997년 영화 ‘넘버3’에서 깡패 조필 역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한 그가 드디어 ‘넘버1’으로 등극했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그는 이를 “과찬”이라고 했다.
“저는 한 번도 넘버1이 됐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앞으로도 그런 생각은 안 할 거고요. 대한민국의 수많은 영화 팬분들에게 이 영광과 기쁨을 바치겠습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