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쥔 주유엔 중국대사가 8일(현지시간) 유엔총회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뉴스1(유튜브 화면 캡처)
중국과 러시아가 8일(현지시간) 유엔 대북 추가 제재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이유를 설명하는 첫 유엔총회가 열렸다.
이는 지난 4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경우 총회에서 그 이유를 설명하도록 하는 결의가 채택된 이후 해당 취지로 처음 개최된 총회다.
이 자리에서 중국과 러시아는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는 이유가 미국에 있다고 비난하면서 추가 대북 제재에 대한 반대 입장을 거듭 밝혔다.
장쥔 유엔주재 중국대사는 발언을 신청한 회원국 중 처음으로 연단에 올랐다. 장 대사는 미국이 북한이 취한 긍정적인 조치들을 무시하고 “대화를 하자는 공허한 구호만 외치고 북한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옛길로 돌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로 인해 미국에 대한 북한의 불신이 증폭됐으며 양측의 대화가 완전히 교착 상태에 빠졌다”고 주장했다. 또 점점 긴박해지는 한반도의 상황이 미국의 정책 뒤집기 때문이라면서 미국이 트럼프 행정부 시절 북미대화의 성과를 이행하지 않았고 북한의 합리적인 우려에 대응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장 대사는 “여기서 상황이 어디로 가느냐에는 미국의 행동에 크게 좌우될 것”이라며 “관건은 미국이 문제의 핵심을 직시하고 합리적인 태도로 의미 있는 구체적인 행동을 할 수 있느냐에 있다”고 말했다.
특정 영역에서 대북 제재를 완화하고, 연합 군사훈련을 중단하는 등의 예시를 들기도 했다. 또 중국은 제재 결의 대신에 의장성명 채택 등 다른 대안을 제시했으나 미국이 표결 강행을 주장했다고도 덧붙였다.
러시아도 한목소리를 냈다. 장 대사의 다음으로 안나 예브스티그니바 유엔주재 러시아 차석대사가 발언자로 나섰다. 그는 북한에 대한 새로운 제재가 “막다른 길”(a dead end)이 될 것이라면서 현재의 유엔 제재가 이 지역의 안전을 보장하는 데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제재 강화가 문제 해결로 이어지지 않는다면서 (미국의 주도한) 결의안의 내용이 부당했기 때문에 거부권을 행사했다며 자국의 결정을 정당화했다. 러시아도 중국처럼 의장 성명 등의 대안적 접근법을 주장했으나 묵살당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제프리 드로렌티스 유엔 주재 미국 차석대사가 8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 회의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 뉴스1(유튜브 화면 캡쳐)
하지만 미국은 추가 제재가 북한에 행동에 대한 직접적인 대응이라는 입장을 냈다. 중국과 러시아를 향해서는 북한의 도발에 암묵적인 승인을 해 줬다고 비난했다.
제프리 드로렌티스 유엔주재 미국 차석대사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전제조건 없는 대화를 공개적으로 언급해 왔고, 이런 메시지를 고위급 친서를 포함한 비공식 채널을 통해 전달한 점을 언급했다.
드로렌티스 차석대사의 이같은 발언은 중국이 현재의 상황이 초래된 책임이 북한과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서지 않은 미국에 있다고 주장한 것을 반박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저는 우리의 많은 안보리 동료들이 제재가 긴장고조 행동의 원인이라는 데 동의하지 않을 것을 알고 있다”면서 “그것(제재)들은 긴장고조 행동에 대한 대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당한 이유없는 (미사일) 발사와 위협적인 수사로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는 나라는 단 한 나라, 바로 북한”이라며 “북한이 외교에 관여하고 비핵화를 위한 의미있는 조치를 취할 때까지 우리는 불법적인 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제한하기 위해 함께 협력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북한이 잠재적인 7차 핵실험을 위한 준비를 마무리하고 있다는 것도 거론했다.
NHK방송에 따르면 오다와라 기요시 일본 외무성 부대신도 북한이 안보리의 강한 반응이 없는 것을 이용하듯 핵과 미사일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다며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했다.
이 밖에 다른 나라들도 거부권의 남용으로 안보리가 제 기능을 못해 유엔이 본래의 역할을 완수할 수 없게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마르틴 빌 헤르만 유엔주재 덴마크 대사는 북유럽 국가들을 대표한 연설에서 안보리는 국제 평화와 안보에 책임이 있으며 안보리의 의무 이행을 막기 위해 거부권을 행사하는 건 매우 우려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울·워싱턴=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