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5선의 정진석 전 국회부의장이 우크라이나 방문과 혁신위원회, 지방선거 공천과정 등을 놓고 정면 충돌하고 있는 가운데 당내에서 공개적 우려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해 6월 전당대회에서 이 대표와 함께 선출된 최고위원들은 선거 연승의 공로와 혁신의 당위성을 강조하며 정 전 부의장에게 공세를 폈고, 당내 중진들은 양측에 자제를 촉구했다.
김용태 최고위원은 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에서 오랜 기간 활동한 선배 정치인이 당 지도부의 올바른 행보를 위해 충고 목소리를 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면서도 “명분이 부족한 충고는 당 지도부 흔들기로 보일 뿐”이라고 정 전 부의장을 비판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어 “이번 지도부가 들어선 이후 우리는 국민의 소중한 선택을 받아 정권교체를 이뤘고 지방선거를 승리해서 윤석열 정부 국정운영 동력을 뒷받침할 지방권력을 가져왔다”고 강조하며 “패배한 쪽의 ‘네 탓 공방’은 짐짓 이해하지만 탄핵 이후 연패의 늪을 벗어나 연전연승을 거둔 우리가 왜 당내 다툼에 빠져야 하나”라고 했다.
정 최고위원은 이어 이 대표가 띄운 혁신위원회의 당위성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지방선거는 절반의 승리로, 정권교체가 국회까지 돼야 한다”며 “2년 후 벌어지는 총선에서 다수당이 돼야 하기 때문에 반드시 우리는 혁신이 필요하다. 혁신위를 띄운 건 굉장히 전략적으로 잘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용태 최고위원도 “정권교체를 이뤘지만 여전히 소수 여당인 우리가 2024년 총선에서도 국민의 선택을 받기 위해 자만하지 않고 끊임없는 혁신과 쇄신을 통해 미리부터 국민의 마음을 얻을 준비를 하는 게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며 “혁신 방법을 놓고 치열하고 건전하게 토론하고 경쟁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 대표가 거쳐온 바른정당과 바른미래당, 새로운보수당에서 지도부를 맡았던 오신환 전 의원은 이른바 ‘선배’ 논쟁을 짚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 “50대 초반의 나를 아직 젊다고 하는 여의도 정치권에서 나조차도 나이 어린 당대표가 낯설고 어색할진대 다선 중진의 6~70대 선배 정치인에게 조카뻘, 자식뻘 당대표가 오죽하겠나”라며 “이 대표는 자신의 생각과 소신을 나이와 관례 때문에 참고 숨기지 않는 그냥 그런 사람”이라고 적었다.
당내 중진들은 이 대표와 정 전 부의장 양측에 자제를 촉구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혁신의 시기나 방향, 내용에 대해서는 백가쟁명이 나올 수밖에 없고, 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혁신이라는 과제가 그렇게 쉬운 과제가 아니다”라며 “조직 구성원들의 다양한 의견이 나와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중립적인 입장을 밝혔다.
권 원내대표는 다만 “이런 혁신 논의가 당내 최고 지도자 간의 감정 싸움으로 흐르는 것에 대해서는 정말 안타깝게 생각하고, 이 부분은 좀 지양해야 되지 않겠나 두 분 모두, 그렇게 생각한다”고 갈등 봉합 필요성을 말했다.
정 전 부의장과 함께 당내 최다선인 5선 정우택 의원은 8일 파이낸셜뉴스 인터뷰에서 “정당 내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것은 좋은 현상”이라면서도 “의견이 개진되고 수렴돼 건설적인 방향으로 가는 것은 좋은데 국민 눈살을 찌푸리는 정쟁으로 가선 안 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서울=뉴시스]